지난해 11월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 ISO26000 발표
100대 기업 중 40%만 준비, 비관세 장벽 작용 우려도

[이투뉴스] "ISO26000이 발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대체 우리(산업계)는 뭘 하면 되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LG전자 관계자)

지난해 11월 1일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는 국제표준인 'ISO26000'이 발표됐다.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ISO26000은 기업에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반면 미리 대응하는 기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공공기관과 산업계는 발빠르게 ISO26000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못해 회의적이기까지 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결과 따르면 ISO26000을 준비하는 기업은 100대 기업 가운데 40% 정도. 하지만 실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편에서는 착실하게 ISO26000 대응전략을 짜고 있는 움직임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ISO26000가 발표되기도 전인 2008년 4월에 대응을 결심하고 이듬해 사회적 책임을 기업 경영 비전에 포함시켰다.

현대차 사회책임위원회 관계자는 "실무자들 사이에 인증서도 안 나오는 ISO26000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해외 진출을 고려하면 ISO26000을 준비해야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ISO26000은 인증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책임 수준을 설정한 선진국과 선진기업들이 ISO26000을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국내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해외 선진기업의 서플라이 체인(협력 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기업에 ISO26000을 요구할 수 있다. 이 지수가 국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장영철 경희대 교수는 ISO26000에 대해 "국제 무역을 하거나 하려는 기업에게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말했다. 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인증보다 무서운 게 검증"이란 얘기가 나도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ISO26000에 대한 준비는 필수적인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적 책임의 지침서'라 할 수 있는 ISO26000은 어떤 식으로든 기업 생태를 바꿀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ISO26000은 기존 사회적 책임 규범들을 모두 통합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표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ISO26000이 발표되자마자 보름 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ISO26000 이행수준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공표했고, 한달 뒤인 12월에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 'ISO26000 표준진단지표'를 일반 기업들에 배포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도 조만간 CSR평가 진단지표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김용구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사무국장은 "정부와 산업계가 상당히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ISO26000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진단지표가 남발될 경우 발생할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ISO26000에 산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사실 ISO26000은 산업계뿐 아니라 정부, 소비자, NGO, 노동계, 연구 및 서비스 등 6개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거의 사회 모든 조직에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계 외의 조직들은 '비관세 장벽'처럼 손해볼 일이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에 기업보다는 관심이 적은 편이다.

 


 

[사회적 책임 규정하는 국제표준 ISO26000]

기업경영 평가 중요한 잣대 부상 

ISO26000은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으로, 모든 형태의 조직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만든 지침이다.

국제표준화기구는 전세계 99개국, 42개 국제조직에서 약 60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정부, 산업계, 노동계, 소비자, NGO, SSRO(서비스·지원·연구·기타) 등 6대 이해관계자 그룹을 대표한다.

전문가들은 2004년 ISO26000 개발을 시작했으며, 개발 완료된 ISO26000은 지난해 2월 국제 표준안(DIS)과 같은 해 9월 최종국제표준안(FDIS) 투표를 통과해 두달 뒤인 11월 확정·발표됐다.

ISO26000은 인권, 노동, 환경, 공정, 소비자, 지역사회 등 6가지 핵심 주제로 구성돼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이 지수가 국제 상거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기업 경영 평가에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때문에 기업은 앞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ISO26000을 고려해야만 지속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권(차별금지, 문화적 권리,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 ▶노동(고용, 보건과 안전, 인적 개발과 훈련) ▶환경(오염방지, 지속가능한 자원, 기후변화 대응) ▶공정(반부패, 재산권 존중) ▶소비자(사실적인 정보 제공과 공정한 계약, 불만과 분쟁 해결, 프라이버시 보호) ▶지역사회(보건, 교육과 문화, 사회적 투자, 고용창출과 기능개발) 등이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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