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칼럼'(43)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지금 연평도에는 해병대를 비롯해 전투 및 보급부대가 주둔해 있다. 탄약, 기름, 식량, 피복 등 보급품의 적시 조달은 필수다. 이중 단 하나만 부족해도 전력에 손실이 생긴다. 아마도 비축량은 물품에 따라 며칠분, 몇달분 등으로 계산해 저장하도록 규정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다. 그것은 물이다. 탄약은 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지만 물은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오래 주둔할수록 가장 빨리 부족해진다. 연평도에는 며칠분의 물이 비축돼 있을까.

탄약이 없으면 육박전으로라도 싸울 수 있다. 피복이 없으면 다른 것을 걸치거나 해 추위는 피할 수 있다. 밥은 며칠 굶어도 죽지는 않는다. 그런데 물이 없으면 단 3일도 살 수 없다. 오염된 물을 마셔 탈이 나거나 하면 짧은 시간에 엄청난 전력의 손실이 생긴다. 그렇다면 안전한 물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을까.

연평도에는 하천이 없어 수원이 부족하고, 육지와 거리가 멀어 상수관을 끌어오지 못한다. 우물이나 지하수를 사용한다고 해도 평소보다 많은 군대병력이 오랫동안 먹기에는 분명 모자랄 것이다. 이때 생각할 수 있는 물 공급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급수선이다. 인천에서부터 배에 물을 싣고 가서 물 저장조에 채워 놓고 장병들에게 공급할 것이다. 만약 적의 포대가 물을 싣고 가는 배를 위협해 배가 뜨지 못하면 물공급을 받지 못해 낭패를 당할 것이다.

두 번째는 해수담수화시설이다. 기름을 이용해 바닷물을 끓여서 만들면 되는데 이를 위한 기름 소비가 엄청나다. 마찬가지로 기름 배를 적의 포대가 위협하면 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물을 생산하지 못 한다. 아니면 작은 부속이 하나라도 없으면 해수담수화 시설 가동이 중지돼 있으나마나하게 된다. 인천에서 기술자를 불러오든지 부품을 조달해야 장병들이 물을 마실 수 있다.

거센 풍랑이나 태풍으로 물배도 기름배도 뜨지 못하면 우리 젊은 장병들은 적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물 부족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방법은 있다. 연평도는 사막이 아니다. 연평도에는 1년에 1300㎜ 이상의 비가 내린다. 7㎢의 면적을 곱하면 연평도에 하늘이 주신 선물인 빗물의 양은 1년에 900만톤이다. 이 중 1% 정도만 잡아도 10만톤을 쓸 수 있다.

빗물저장조를 만들면 섬 안에서 물 자립이 가능하다. 군부대 막사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조금만 처리하면 훌륭한 음용수가 된다. 산이나 들에 떨어지는 비를 잘 받아두면 훌륭한 생활용수가 된다.

필요한 시설의 규모는 군부대 주둔 인원에 따라 다르다. 나중에 군부대가 철수해도 이 시설은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다.

바닷가 섬의 특성을 살려 포집 그물로 안개를 잡아 이용하면 그물 1㎡당 하루에 1~5리터 정도의 물을 만들 수 있다. 빗물과 안개만으로 부족하다면 기존의 다른 방법과 병행해 수원을 다양화해서 물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군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필요하다. 여기에 덧붙여 군의 전력상 가장 중요한 물을 스스로 확보하도록 빗물을 받아 저장하고 사용하는 '물 자립형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훈련을 받은 장병은 제대 후에도 훌륭한 빗물이용과 자립정신으로 훌륭한 시민이 될 것이다.

우리 군이나 정부에서는 이러한 전례도 없고 정신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빗물모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민간인들이 봉사단을 조직해 연평도에 빗물이용시설을 한 두개 만들어 주자.

이런 이벤트를 보고 우리 국민과 우리 군대가 물자급과 유비무환, 그리고 국방의 자립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군대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자주국방 작전 중 하나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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