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녹색 소비자' 취향 맞춰 제품 프로세스에 일대 혁명
대기업 중심 신성장동력으로 선정 '환경보호 지속가능' 목표

[이투뉴스] 표백제를 쓰지 않은 에코백, 전기자동차,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가지 않는 가구 등 그린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은 어느새 우리 주변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 그린디자인 정책 자문위원인 왕종두 그린연구소 소장은 그린디자인 제품이 녹색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한다. 그는 농업시대와 산업시대, 그리고 20세기 말 정보화 시대에 이어 녹색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산업계도 그린디자인이 피할 수 없는 추세라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갈수록 정부의 환경규제가 심해지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 또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린디자인에 대한 개념은 모호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린디자인 제품을 녹색 혹은 환경이 이미지로 반영된 디자인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린디자인의 영토확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도 국내 기업의 국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린디자인을 신성장동력 분야로 선정하는 등 그린디자인 분야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생태적으로 책임 질 수 있는 진보적인 디자인을 일컫는 '그린디자인'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린디자인, 녹색소비자와 함께 자라나다.
 

현재 우리가 쓰는 그린디자인의 개념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리우환경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우환경회의에 모인 각국 정상들은 지구의 환경보호를 위해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에 합의했다.

 이후 생태계보호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디자인 분야에 영향을 끼쳤으며 하나의 조류를 형성했다. 이후 '그린디자인', '에코디자인', '친환경디자인' 등으로 불려지다가 최근에는 '그린디자인'으로 통합되는 추세다.

1992년 이후 그린디자인은 강화된 환경정책과 대중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향상, 민간 영역의 경쟁 강화로 등장한 '녹색 소비자'들에 의해 더욱 탄력을 받았다.

1960년대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선진국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고, '윤리적 소비'라는 이름하에 1990년대 들어 하나의 소비트랜드로 자리잡았다.

녹색 소비자도 이때 형성된 소비자 집단이다. 그들은 소비자도 '생태계 파괴에 대한 책임있다'는 생각 아래 물건을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절약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며 힘을 키웠다.

단순한 트렌드로 보였던 녹색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세력을 더욱 확장했다. 또 환경에 무관심한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다.

녹색소비자들의 영향력이 강력해짐에 따라 기업들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린디자인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다.

분해가 잘되는 소재, 재활용가능한 제품 등 제품의 폐기 이후까지 신경쓰는 그린디자인 제품은 '자연과의 평형'을 중시하는 그린디자인은 녹색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에 딱 맞아 떨어졌다.

그린디자인은 자연의 순환원리를 디자인에 적용하고 자연의 물성을 통해 인간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그린디자인은 이후 녹색 스타일의 완제품만을 지칭하는 데서 시작해 지금은 환경보호 노력을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반영된 제품까지 발전했다.

왕 소장은 이에 대해 "그린디자인의 생명은 밸런스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으로부터 얻기만 했던 인간이 이제는 자연과 같이 살아가는 법을 모색한다는 철학적 사유가 깔려있는 게 그린디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린디자인, 기업을 변화시키다

 

그린디자인이 기업에 적용되는 사례는 ▶가치 창조를 위한 그린디자인 ▶기술을 통한 그린디자인 ▶시스템 조직을 통한 그린디자인 ▶물질 포장·운송 및 화학물 재활용 그린디자인 ▶비용절감을 위한 그린디자인 ▶법적준수를 위한 그린디자인 ▶수명주기 그린디자인 등이다.
 
각기 전혀 다른 사례처럼 보이는 그린디자인의 기업 적용 사례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냐에 차이만 있을 뿐이지 실상은 같은 이야기다.

 국내 굴지의 가구업체 '리바트'의 경우 2008년 탄소절감을 위해 화물차에 공회전 방지 장치를 달고, 제품케이스의 부피를 줄였다.

탄소절감을 위해 화물차에 장착한 공회전 방지 장치는 환경규제 법적준수, 운송비(기름) 절감이 뒤따랐다. 또 탄소 절감을 위해 부피를 줄인 제품케이스 기술개발은 크기는 줄었지만 내구성은 똑같게 만들어 제품 경량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로 인해 원자재 절약은 물론 완제품 무게도 줄어 운송비도 절감됐다.

리바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품공정의 어느 한 부분만 친환경체제로 바꾸면 바뀐 공정이 전체 공정에 영향을 끼치며, 이 과정에는 에너지 절약이 수반된다.

이처럼 그린디자인 체제로 바뀐 제품 공정은 에너지절감이 반드시 뒤따라 오기 때문에 기업에게도 이득이다라는 것이 그린디자인을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린디자인 제품 가격이 기술개발 비용으로 인해 일반 제품보다 20% 정도 더 비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기업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실제로 구태용 리바트 환경기술연구소 부장은 "소비자들이 그린디자인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아직까지 실제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아직까지 그린디자인 제품은 시장진입기 단계로 보고 계속해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린디자인 제품의 실익에 대한 찬반 논란은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이지만 앞으로 시행될 유해물질 규제 등 환경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그린디자인 체제는 피할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이건모 아주대 교수는 "그린디자인은 전체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통합된 관점으로 간주된다. 사전 개발 관계자·설계·생산·마케팅·구매 및 프로젝트 부문 대표자들은 새롭게 개발될 그린디자인 제품에서 작동하게 될 전체적인 변화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디자인,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녹색소비자에게 적응된 일부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간의 그린디자인 제품 개발의 간극이 크다.
 
해외시장 수출에 주력해 친환경소비자들의 니즈(Needs)에 맞는 그린디자인 제품을 개발한 일부 대기업들과 달리 국내 시장에만 몰두했던 중소기업은 그린디자인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필요하고, 아직까지 그린디자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시장상황에서 그린디자인 개발에까지 비용을 투자하기에는 중소기업의 자금여력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라고 해서 모두 그린디자인 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리바트 등 일부 기업들 외에는 그린디자인을 소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로 새로운 사업규모를 확보하기 보다는 규제에 맞추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또 대부분의 기업들이 에너지·원자재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상황이라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왕 소장은 "그린디자인은 기업 전략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방어적이거나 효율중심, 보완적인 방향으로 그린디자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그린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바탕이 돼야 그린디자인 제품 개발에 성공할수 있다. 그렇지 않은 제품은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기업들 스스로가 그린디자인 제품에 대한 이익을 깨닫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왕 소장의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정부가 앞장서 기업들에게 그린디자인 제품을 개발하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는 직접 녹색성장이란 화두를 기업들에게 던지며 적극적으로 그린디자인 제품 개발에 힘쓰도록 독려하고 있다.

왕 소장은 "정부의 이런 의지는 우리나라가 그린디자인 제품 개발 분야로 넘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이라며 "정부는 다양한 환경규제책이라는 채찍과 인센티브와 같은 당근으로 기업들에게 그린 디자인 제품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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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디자인' 보다 '디자인그린'이 돼야 성공한다."

<인터뷰 - 왕종두 그린연구소 소장>

 

▲ 왕종두 그린연구소 소장.
-오랫동안 그린디자인 분야에 몸 담고 있는데 그 동안 한국 그린디자인 발전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약 8년 전부터 그린디자인이란 개념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일부 대기업들은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수출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일찍부터 그린디자인을 도입해 세계 추세와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2004년부터 그린디자인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경우 이번 정권 들어서 꾸준히 녹색성장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그린디자인을 급격하게 밀어붙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항이다.
 
-정부 주도하에 그린디자인 체제로 옮겨간다는 뜻인가?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최선책은 아니다. 그린디자인 체제가 올바르게 정립되려면 민·관·산·학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린디자인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는 연세대와 청강문화대학를 포함해 10곳도 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이렇게 그린디자인을 등한시하는 배경에는 산업계에서 특별한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은 학생들의 취업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직종이 아니면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린디자이너가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그린디자이너의 값어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그린디자인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추세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린디자인을 하나의 트렌드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그린마케팅의 발전단계의 한 과정으로 그린디자인을 생각하지만 녹색혁명의 일부분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이제 세계는 녹색혁명에 들어섰다. 앞으로는 인간의 생활양식도 바뀔 것이다.

-그린디자인이 인간 생활양식을 바꾼다는 뜻인가?

▶꼭 그린디자인에 국한된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상생과 공존의 생활양식으로 바뀔 것이다. 생태계와 후진국등 피해를 당하는 쪽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디자인은 인간과 환경의 밸런스를 맞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린디자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아직까진 뜨겁지 않다. 어떤 이유로 보는가?

▶결국은 디자인의 문제다. 어떤 제품이던 디자인과 성능이 먼저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제품이라고 해서 자신의 돈을 희생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린디자인 제품이 비싼 가격 때문에 호응도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질이 그 가격 이상의 값어치를 하면 소비자들은 충분히 지갑을 열 것이다. 그린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그린'의 개념으로 제품을 만들면 앞으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

 

<왕종두 그린디자인 연구소장 약력>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국내최초 그린디자인 석사)졸업
1984~1994 두산그룹 광고대행사 (주)오리콤
1995~1997 현대그룹 광고대행사 (주)금강기획 CD실장
2006~현재 국민대 디자인대학원 제로원센터 강의교수
                연세대 친환경통합디자인과목 초빙교수
                한국산업인력공단 에코디자인교육 초빙교수
                지경부 산업디자인 심사 평가위원
                서울시 그린디자인 정책 자문위원
                서울시 공공디자인 심사 평가위원
                환경부 포털 자문위원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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