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기본
에코 커리큘럼 개설·사회적 책임까지 국가에너지 정책 부응

[이투뉴스] 대학 캠퍼스에 부는 '녹색바람'이 거세다. 교내 텃밭 만들기, 금연 캠퍼스 운동, 지열 냉·난방시스템 적용, 옥상공원 조성, 그린 장학금 제공… 국내 대학들이 펼치고 있는 '그린 캠퍼스' 활동이다. 캠퍼스 녹지화가 그린 캠퍼스 운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학내 건물에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차 없는 캠퍼스'를 조성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그린 커리큘럼 교과목을 개설하고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의 활동도 눈에 띈다.

<이투뉴스>는 지난해 6월부터 스물다섯번에 걸쳐 그린캠퍼스 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학을 소개했다. 대학들 사이에서 그린캠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린캠퍼스 구축이 비용만 들고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대학들은 그린캠퍼스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 제6회 국민찰칵콘테스트 출품작.<사진제공=국민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BAU(배출 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의 감축 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관리업체의 대다수가 기업들이다. 물론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가장 활발히 펼쳐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마뜩찮은 게 사실이다.

에너지 다소비기관인 대학들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목표관리제 관리업체 470곳 가운데 가톨릭대, 경북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포항공대, KAIST 등 8개 대학이 포함됐다.

녹색연합이 에너지관리공단의 '2007 에너지 사용량 통계'를 토대로 대학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국내 76개 대학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91만3000톤이다. 2007년 대학이 소비한 에너지양은 2000년에 비해 8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총에너지 소비량 증가율(22.5%)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서울대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은 3만4259TOE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1위를 차지했다. 건국대,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서울대는 에너지 효율이 가장 나쁜 대학으로 꼽혔다. 이들 세 대학의 에너지 효율은 평군 47.88kgoe/㎡로 80개 대학 평균 에너지 효율(26.65kgoe/㎡)를 훨씬 웃돈다.

지식경제부는 이들 대학의 에너지 낭비가 심한 주된 이유로 빈강의실에도 25℃ 이상을 유지하고, 소등을 소홀히 하는 등 에너지 절약 실천이 미미하고, 노후건물이 많아 단열이 취약해 에너지 손실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집중식 냉·난방이 아닌 개별 냉·난방기기를 사용해 에너지 과소비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많은 대학들이 그린캠퍼스 구축 등으로 이미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의 온실가스 배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해외 대학에서 먼저 펼쳐졌다. 미국 152개 대학 총장들은 2007년 '미국 대학총장 기후변화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학 캠퍼스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감축목표 설정 및 실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위원회에는 현재 미국의 465개 대학 35000개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으며, 뉴햄프셔대학, 하버드대학, 미들베리대학 등이 앞장서고 있다.

국내 대학의 그린캠퍼스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다. 2008년 11월 연세대를 비롯한 28개 대학이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를 출범시키면서 이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기준 국민대, 조선대, 전주대 등 39개 대학, 40개 캠퍼스가 협의회에 가입했다.   

상지대는 지열 냉난·방 구축과 전 학과 수업에 환경수업(에코 커리큘럼)을 개설했다. 서울대는 2008년 그린캠퍼스는 물론 대학의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등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학교'(Sustainable SNU)를 선언했다.

대학의 그린캠퍼스 구축을 위해  정부도 나서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내달까지 서울대 등 9개 대학에 녹색경영 가이드라인 적용 시범사업 실시하고, 오는 4월까지 녹색경영 가이드라인 확산 및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지식경제부는 지난해부터 에너지 다소비 대학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앞으로 신축되는 국·공립대학 건물에 대해서는 에너지 효율 1등급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기존 대학건물에 대해서는 에너지 진단 후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뷰> 신의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장
"그린은 지속가능성이다"
'보여주기식' 그린캠퍼스는 "No"

▲ 신의순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장.
[이투뉴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장기전략 선포가 계기가 됐지만 이게 아니더라도 대학이 나서서 지속가능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그린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2008년 11월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가 만들어져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의순 연세대 상경대 자원경제학 교수를 만났다.

신 회장은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미래 리더를 양성하는 대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학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1990년대부터 그린캠퍼스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

지금까지는 캠퍼스 녹지화, 신재생에너지 설치 등의 활동이 그린캠퍼스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보여주기식' 그린캠퍼스는 끝났다"며, 국내 그린 캠퍼스 활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대학의 3가지 큰 역할은 교육, 연구, 봉사다. 그린캠퍼스 활동에서도 시설보다 교육과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 신 회장은 "시설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며 "그린은 지속가능성이다(Green is Sustainable)"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기존의 환경교육과는 다른 '그린 커리큘럼'을 신설해 학생들에게 지속가능성 교육을 실시해야 그린캠퍼스가 제 역할을 다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는 미래 그린캠퍼스에 대한 네 가지 큰 틀을 갖고 있다. ▶환경경영시스템, 그린캠퍼스 평가지침 마련 등 대학의 녹색경영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친환경 건축,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 등 친환경 캠퍼스 ▶그린 커리큘럼 개발, 녹색 장학금 등 지속가능성 교육과 연구 인프라 ▶초·중등 교육기관 연계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와의 연계활동이다.

이와 함께 대학과 정부의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신 회장은 "그린캠퍼스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하는 온실가스·에너지 절감 프로젝트인 측면이 있는데 정부가 인센티브 부여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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