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힘들어" 갈수록 성장세 둔화
신규사업 매출 늘릴 아이템 확보 주력

[이투뉴스] "뭐 좋은 아이템 없습니까? 괜찮은 사업 아이템 있으면 좀 알려주십시오.", "다른 회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새로운 얘기 들리는 거 없습니까?"

도시가스사 임직원들을 만나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신규사업 분야를 맡고 있는 이들은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거나, 중장기적으로 비전이 보이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애를 먹고 있다.

A도시가스사 관계자는 "이런저런 아이템을 구상해서 기획서를 제출해 보지만 반려되기 일쑤"라면서 "도시가스 업계가 보수적이라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신중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지역 독점권을 갖고 있어 안정적인 업종으로 분류돼 온 도시가스 업계가 사업을 다각화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종합에너지사로 변신하거나 에너지 분야와 전혀 관련없는 사업 쪽으로 '외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도시가스 보급 포화로 신규 수요 창출 한계

사실 도시가스사의 '사업다각화'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여타 사업에 '먹잇감'을 찾기 위해 기웃거리는 정도였다면 이젠 적극 사냥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던 성장세가 최근 3~4년 사이 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도시가스 공급세대 수는 1400만가구를 훌쩍 넘었다. 지역별 보급현황을 보면 서울이 가장 높은 96%에 달하며 인천 88%, 경기 79%로 수도권 지역만 88%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 경우 보급률이 평균 50% 이상을 기록하는 수준이지만 공급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역에서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늘리기도 어려운데 소외지역에 의무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도록 하는 정부 정책도 경영악화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방침으로 소비자 요금에 원가상승 요인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도시가스사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지난해 초와 같은 기습한파로 매출 특수를 누리더라도 하반기 공급비용 산정시 요금 인하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대부분의 지자체는 도시가스 공급비용을 인하 또는 동결했다.

◆신규사업 매출비중 확대 목표…사업다각화 '사활' 

▲ 대구도시가스는 몽골의 사막 녹화사업을 위해 자체기술로 개발한 태양광-풍력 복합 발전기 '솔라윈(solawin)'을 설치하고 있다.

단일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도시가스사인 삼천리는 2015년까지 신규사업 매출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각오로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천리는 집단에너지 사업에 진출, 평택국제화지구의 집단에너지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안산도시개발 지분인수, 광명열병합발전소 준공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분야에도 일찌감치 눈을 돌려 예멘 광구, 이라크 바지안 광구, 미국 멕시코만 심해유전, 우즈베키스탄 나망간·추스트 광구 탐사사업에 지분참여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남 함평에 2MW급 함평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약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벙커C유를 도시가스로 전환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도 펼치고 있으며, 지난해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연료전지 부문 시범보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하·폐수 처리 업체인 대양바이오테크를 인수, 물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또한 2008년에는 ㈜SL&C를 설립, 서울 방배동에서 중국 및 태국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등 외식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서울도시가스도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외자원개발 분야에 진출했다. 리비아, 베트남 유·가스전에 소량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터키 흑해 해상 광구에는 21%의 지분으로 탐사사업에 참여했다. 예스코도 2008년 해외자원개발을 목적으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예스코에너지를 설립, 해외 유·가스전 탐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대한도시가스가 집단에너지 사업을 위해 조성하고 있는 강동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조감도.

8개 도시가스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SK E&S는 2013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830MW급 오성LNG복합화력발전소 착공에 들어갔다.

대한도시가스도 지난해 11월 강동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1단계 공사를 완료, 강동구 전역에 집단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향후 하남·미사 보금자리지구에도 지역난방 공급을 위해 집단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천도시가스는 청라에너지에 대한 지분참여로 인천 청라지구, 김포 한강신도시 등 집단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와 하수슬러지를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와 경북도시가스를 주력으로 하는 대성그룹은 계열사인 대성창업투자㈜를 통해 영화제작 투자 및 교육, 출판,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개발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대구도시가스와 함께 국내 최초 타워형 태양열 발전 시스템 개발 사업에 열을 올리는 한편 폐기물 자원화 사업, 연료전지 개발 사업, 태양광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가장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에스이(GSE)는 최근 ㈜코디에스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통해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에스이는 기존 도시가스 사업을 통해 구축한 영업망과 CNG(압축천연가스) 차량 충전사업 경험을 활용해 전기차를 비롯한 전기 수송수단의 충전분야에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도시가스 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도시가스사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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