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 통영 · 경주 · 지리산 등

[이투뉴스] 메마른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삶의 활력소를 안겨준다.

익숙한 곳을 떠나 어디론가 간다는 불안함. 생면부지의 장소를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기분좋은 긴장감으로 바뀌어 낯선 곳에서의 자유를 누리게 한다.

때문에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에도 여행을 계획한다. 휴가가 다가오면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지도를 펼쳐놓고 고민하기 일쑤다.

초보 여행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여행 장소를 고르는 일이다. 휴가일수는 얼마 되지 않는데 여행가들을 유혹하는 장소는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새해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초보 여행가들을 위해 <이투뉴스>는 김연미 여행작가와 여행하기 좋은 곳 10곳을 선정했다.

◆ 가기 힘들어 더 가고 싶은 섬 울릉도와 가거도

▲ 가거도 흑산 예리항.
울릉도와 가거도는 여행가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섬으로 꼽힌다. 관광지로 개발이 잘 돼있는 울릉도는 많은 유동인구와 어부들의 활발한 조업활동으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섬주민들의 투박한 친절함은 바다 사람 특유의 성향이 묻어나 '사람만나는 재미'를 알게 해준다. 무엇보다 맑은 바다위에 산이 솟아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섬 어느 곳을 가든지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다.

반면 가거도는 여러모로 어려운 섬이다. 일단 섬까지 들어가기가 어렵다. 배편도 하루에 하나밖에 없어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배를 하나 놓치기라도 하면 하루를 꼬박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막상 가거도에 도착하면 경탄을 금치 못한다. 가거도는 우리나라에서 원시림이 보존돼 있는 몇 안되는 섬 중 하나다. 가거도 원시림 지대에는 우리나라 희귀종인 거머리도 볼 수 있다.

김 작가는 "가거도는 찾아가기가 힘들어 정말 마음 먹고 가야 한다"며 "하지만 그 만큼 매력있는 섬이라 한번 가면 꼭 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 동강은 맑은 물을 자랑한다.

◆ 물이 맑아 좋은 그곳 동강

동강은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원시의 비경과 주민들의 토속적인 생활환경이 보존돼 있다.

비슷한 유량을 가진 국내 하천 중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경관 또한 빼어나 국내 10대 경승지로 손꼽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김 작가도 동강의 깨끗한 물을 최고의 볼거리로 손꼽았다. 그는 "동강을 거닐다보면 수달, 어름치, 원앙, 황조롱이 등 멸종된 줄로만 알고있던 생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강은 여름에 가는 것이 제 맛이지만 워낙 경관이 좋아 언제가도 상관없다"고 조언했다.

동강 주변지역은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문화유산 덕분에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성리 바위그늘유적, 덕천리 소골유적, 운치리 유적 등 신석기 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동강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와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걷기 문화가 이슈가 되고 있는 최근 추세와 맞물리면서 제주 올레길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행코스로 자리잡았다.

지리산둘레길의 재미는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 모든 길이 환형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둘레길로 마을과 마을이 이어지면서 지리산 마을 주민에게도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는 큰 의미를 가진다"며 "자연 풍경만 보고 걷다보면 지치기 마련인데, 지리산 둘레길은 몸이 지칠 때 즈음에 마을이 나타나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것이 여행지로서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 1900년, 그 시절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부산

▲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은 6.25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유일한 곳이죠. 그래서 20세기 초 당시의 대한제국 모습과 현재 한국의 모습을 다 갖고 있어요."

 

김 작가는 부산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거리는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 사거리 건너 보수동쪽으로 난 사선 방향의 좁은 골목길에 집결된 책방을 말한다.

6.25 전쟁으로 임시수도가 됐을 때, 이곳은  피난민이 생활을 위해 가져온 귀중한 책을 팔고, 피난 온 교수들과 학생들은 필요에 의해 책을 사면서 활기를 띠었다.

변변한 책 한권 구하기 힘들었던 그 시절, 헌책을 팔아 저녁거리를 마련하던 아련한 추억이 함께 서린 보수동 책방 골목은 지금은 개성 넘치고 독특한 물건들이 즐비해 있어 여행가들이 즐겨찾는 명소다.

◆ 천년의 왕국 신라의 혼이 서린 경주 남산

경주 남산은 금오산이라고도 하며, 신라 천년의 역사를 통해 가장 신성시 돼왔던 곳이다. 경주 남산은 수많은 전설과 역사 유적들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불교 관련 유적 뿐 아니라 왕릉, 무덤, 궁궐터들이 남아있어 신라 문화의 집결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남산을 오르다보면 신라인들이 세워놓은 유적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삼릉솔숲을 지나 15분쯤 걸으면 석조여래좌상이 나온다. 머리는 소실되고, 이곳 저곳 흠집 투성인 석조여래좌상은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겪었음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비록 멀쩡한 모습은 아니지만 남산 중턱에 떡하니 앉아있는 좌상의 풍채만큼은 당당하다.

석조여래좌상 왼쪽 산등성이에는 돌기둥 같은 암벽에 마애관음보살 입상이 있다. 큰 코에 살진 볼과 가늘게 감은 눈매가 예쁜 관음보살상이다. 입술은 빨간색 분을 칠한 흔적이 남아있다. 일설에 의하면 후대 사람들이 불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채색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남산에서 나라일을 의논하면 반드시 성공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런 까닭에 남산에 얽힌 전설이 많은 편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남산 기슭의 나정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남산의 산신이 나타나 헌강왕에게 신라의 멸망을 경고했지만, 깨닫지 못해 결국은 멸망을 하게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통영

충무김밥, 이순신 장군, 케이블카,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은 먹을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를 동시에 갖춘 여행지다.

체인점을 통해 서울 토박이에게도 친숙한 충무김밥은 통영 어부들이 오랫동안 바다에 나갔을 때를 대비해 잘 상하지 않는 음식을 챙긴데 서 유래됐다.

충무김밥의 원류인 만큼 식당도 많이 있다. 통영 재래시장에 가면 원조 충무깁밥이란 간판을 단 식당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통영은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가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연중 동해난류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기후라 따뜻한 겨울을 자랑하고, 일몰이 멋지기 때문이다. 한해의 마지막 날 저녁 통영의 일몰을 보러 언제나 많은 여행가들이 찾고있다.

김 작가는 "겨울 저녁 해안선을 따라 걷고 있으면 눈 앞에 해가 저무는 대장관이 펼쳐진다. 단 한번이라도 그 일몰을 본 사람들은 통영을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한우, 그리고 천주교의 고장 횡성

횡성은 한우의 본고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한우를 보고 싶은 여행객들은 매월 1일과 6일 한우가 거래되는 우시장을 가면 된다.

소만 거래되는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횡성군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우량 소들이 몰려들어 거대한 장관을 이룬다.

또 횡성은 가톨릭 신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횡성에는 한국인 신부에 의해 지어진 첫 번째 성당 '풍수원'이 있다.

풍수원 천주교회는 홍성대원군의 가톨릭 박해를 피해 이주한 신자들이 중심으로 산세가 험한 횡성으로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당시 박해를 피해 온 천주교 신자는 2000명으로 1888년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르메르 신부를 맞이했다.

나즈막한 언덕 위에 서남 방향으로 자리잡은 성당 건물은 열주의 아케이드와 천장에 의해 실랑과 측랑이 구분되는 삼랑식 평면으로 지어졌다. 이런 건축 양식 덕분에 풍수원 천주교회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유럽식 천주교회의 모습을 하고 있다.

▲ 청도 운문사.

◆ 산사의 고요함 속에 비구니의 웃음을 보다 운문사

운문사는 신라시대 진흥왕 18년에 한 신승이 북대암 옆 금수동에 작은 암자를 짓고 3년 동안 수도후 도우(도을 같이 닦은 벗) 10여명과 함께 지었다.

원래 대비갑사(현 대비사), 천문갑사(현 운문사), 소보갑사, 대작갑사 등 4채를 지었으나 현재 남아있는 건 대비사와 운문사 뿐이다.

신라 진평왕 22년에는 원광국사가 운문사에서 화랑도인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 오계를 내려줌으로써 화랑정신의 발원지가 됐다.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흥망을 거듭하던 운문사는 1958년 비구니 전문강원을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비구니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운문사에 가면 젊은 여성 특유의 활발한 분위기와 불가적 엄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비구니들이 많아 여성여행객들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 빌딩숲 뒤편에 도롱뇽이 뛰노는 서울

의외로 많은 여행가들이 서울을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꼽는다. 이는 서울이 다른 도시와는 달리 주변 자연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북한산과 관악산 등 서울을 둘러쌓고 있는 산들은 도심 곳곳에도 산자락이 뻗어있어 자연과 도심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남산이나 종로에 위치한 백사실계곡은 서울의 멋을 잘 보여주는 장소다. 빌딩숲이 즐비한 종로길 뒤편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이 서식하는 백사실계곡이 있다. 서울에서 1급수의 물을 발견한다는 것, 산골에서도 찾기 힘든 도롱뇽이 뛰노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김연미 여행작가가 말하는 '초보여행가 팁'>

1. 국립공원은 탐방로 외에는 걷지 말 것.

 - 탐방로는 공원관리자가 관리의 편의를 위해 만든 길이 아니다. 숲을 지키기 위해 만든 길이다. 탐방로가 아닌 길로 걷는다면 숲을 훼손할 수 밖에 없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2. 쓰레기나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지 않기.

- 길거리에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는 도시에서도 불법이다. 하물며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자연을 여행할 때는 더더욱 안된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나 음식물은 야생동물들이 섭취할 수 있으니 절대 버리면 안된다.

3. 보는 것에 만족하고 만지지 않기.

- 자연 특히 산 속을 걷다보면 아름다운 꽃이나 나무를 발견하게 된다. 많은 여행객들이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무심코 만지거나 꺾기도 한다. 물론 그 사람에겐 대단히 낭만적인 일일 수 있지만 당하는 자연 입장에선 하루에도 몇 백번씩 겪는 고통이다.

4. 장시간 걸을 때는 배낭을 등에 밀착시키기.

- 오랜 시간 걸으면 허리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거기에 배낭까지 메면 허리에 더 큰 부담이 생긴다. 배낭을 최대한 등에 밀착시키면 등에 생기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5. 여름을 제외하고 보온의류는 필수!

- 겨울에만 보온의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산촌이나 어촌은 불규칙한 날씨로 갑자기 추위가 찾아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 김연미 여행작가.
 

 

김연미 작가는…

스무 살 때 첫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 잡지사에 근무하며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여행작가로 전업하고 1년 중 300여일을 여행을 다니며 산다. 대표작으로는 <맛 건강 여행 100배 즐기기>와 <연인들의 달콤한 로맨틱 여행>,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 등이 있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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