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너지 유망분야 선정, 세계최고 일본 따라잡기 총력
국내 히트펌프산업 육성 움직임…제도 미비 개선 시급

▲ ls엠트론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 완료한 3000rt급 대용량 수열원 히트펌프. gs파워 안양 및 부천사업소에 각각 설치된 이 시스템은 연간 17억원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사진제공-ls엠트론).

[이투뉴스] 전 세계 히트펌프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히트펌프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기기로 떠오르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615억 달러 규모로 대형 조선시장 규모와 맞먹었던 히트펌프 시장은 2012년 1700억달러 규모로 급w증할 전망이다. 특히 히트펌프를 이용한 주거용 난방기 시장은 연간 53% 이상 급격히 성장해 왔다.

이 같은 시장변화 추세에 따라 최근 유럽연합은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는 각종 보조금 혜택을 통해 히트펌프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히트펌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난방 COP가 6 이상인 온수생산용 천연냉매 히트펌프가 이미 실용화됐다.

또 에코큐트(ECO CUTE)라 불리는 주택용 히트펌프 온수기, 히트펌프식 온수 바닥난방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며 앞서가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한국도 히트펌프 시장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히트펌프를 그린에너지 15대 유망분야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향후 수출집약적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히트펌프 개발기술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기계연구원 주관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고효율 히트펌프 냉온수기 개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이는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자원 기술개발사업 신규 R&D 지원과제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5년간 150억원을 지원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참여사들이 별도로 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재생열원 활용으로 에너지 효율 극대화

히트펌프는 외부에서 동력을 얻어 주변의 열을 저온부에서 고온부로 이동시키는 고효율 냉·난방 기기다.

공기열, 태양열, 지열, 하수, 산업폐수 등 대기상태에서 저온 상태로 존재하는 재생열원을 이용해 온수, 난방 및 냉방 열원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자연 열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일 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 효과도 크다.

히트펌프는 어디에서 열을 취하느냐에 따라 공기열, 수열, 지열, 폐열 히트펌프로 구분되며, 동력원에 따라서는 전기식(EHP)과 가스식(GHP)으로 나뉜다.

흔히 시스템에어컨으로 불리는 멀티 히트펌프는 실외기 한 대와 여러 대의 실내기가 조합된 냉·난방기기를 말한다. 시스템에어컨이란 명칭은 마케팅 차원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일반적으로 EHP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히트펌프는 미활용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배열 등 다른 열원과의 조합 기술이 용이할 뿐 아니라 CO₂ 저감 효과가 큰 에너지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열악한 국내 시장…제도개선 및 지원확대 과제

히트펌프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국내시장은 아직까지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공조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히트펌프의 비중은 5% 미만으로 매우 낮다. 국내 난방기기 시장은 전통적으로 가스 또는 경유 보일러가 주거용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히트펌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급탕기를 이용한 난방기기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2007년 200억원에서 2008년 650억원으로 매출액이 급등했다.

업계는 최근 히트펌프 개발기술이 발달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 범위가 다양해지면서 향후 히트펌프 시장 점유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내 히트펌프 시장은 초고층 빌딩과 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정용에서도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가정용의 경우 전기요금제도에 적용되는 누진제가 여전히 히트펌프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열뿐 아니라 다른 열원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 히트펌프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히트펌프를 그린에너지 품목으로 지정했음에도 일부 정책에서 전력피크를 우려해 보급을 저해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관련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일관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유호선 대한설비공학회장]

"관련산업 활성화 위해 히트펌프 인식전환이 최우선"

"내수기반이나 정책 지원 등 여건만 마련되고 히트펌프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면 세계시장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유호선 대한설비공학회장<사진>은 "관련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히트펌프를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우리나라는 전력피크에 굉장히 민감해 히트펌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며 "전기히터와 같이 1차 에너지를 그대로 쓰면서 효율은 떨어지는 전열기가 전력피크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전기를 사용하는 냉·난방 기기의 보급을 저해하는 정책은 지양하고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효과가 높은 히트펌프 보급을 장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회장에 의하면 히트펌프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와 고효율 설비의 배점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히트펌프가 대부분 전기로 구동되기 때문에 누진세가 붙으면 요금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지열 히트펌프로 냉·난방을 할 경우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는 주택용에 한해 전기계량기를 따로 설치해 할인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도 절실하다.

유 회장은 "국내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내수기반을 닦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산업 육성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 소규모의 히트펌프 시장을 유지해온 중소기업과 수출위주의 대기업이 서로 역할을 분담해 협업을 해야 하며 관련 산업 및 기술업무를 전담할 조직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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