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 적응 빠른 중소기업 육성해야
신재생에너지 산업 원천기술 확보가 관건

[이투뉴스] “공적을 과시하는 식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언론에 홍보하는 것이 큰 문제다. 우리가 수출한 원전이 사고가 한번이라도 나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간다. 반드시 안전성 기술을 확보해 그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

최근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터키 원전건설에 대해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 쓴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이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요르단 원전수주에 이어 또 다시 터키 원전수주에 실패해 국민적인 실망이 크다”며 “원전수주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수출 1위국에 오른 독일은 1000개의 탄탄한 중소기업이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데 빠르다는 장점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 육성에 중소기업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잘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인력·기술빼가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한 관행을 반드기 근절해 서로 조화롭게 성장하는 경제모델을 바로 세워야 저성장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경위원장을 맡은지 반년이 지났다. 위원장으로서의 6개월을 돌아본다면?

▶어깨가 무겁다. 지식경제위원회는 규모가 굉장히 크다.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갑작스레 분야가 넓어진 상임위다. 우리나라 산업 전반, 연구개발(R&D), 에너지, 수출·입을 총괄하는 위원회인 탓에 경제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 6개월간 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국정감사도 잘 치르려 노력했는데 국감 당시 NGO 단체가 선정한 우수 상임위원장으로 선정됐다. 워낙 지경위가 모범 상임위라서 이렇게 큰상을 받게 된것 같다.

남은 기간에도 우리나라 미래 경제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싶다. 특히 고용창출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아프리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는 미지의 대륙이다. 지정학적 위치뿐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교류도 적었다. 중국은 석유수입국으로 전환된 1990년대부터 공격적으로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해왔다. 더구나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다른나라 역시 아프리카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정치와 사회제도가 불안정하고, 내전이나 테러가 다반사인만큼 리스크도 상당히 크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하라 사막을 중심으로 북부지역은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동권에 속해있고 이미 상당수준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건설분야 등에서 우리나라도 상당히 교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사하라 남부지역은 아직 자원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석유와 가스 매장량, 생산량은 세계 7~12%정도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나이지리아 같은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 대규모 석유나 가스가 부존돼 있다. 자원개발지역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으니, 아프리카와 남미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지난해 UAE 이후 원전수출 소식이 끊긴데다 최근 터키 원전수출 문제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터키 원전이 일본에 뺏기기 직전이다. 일본이 지난해 12월말 흑해 연안의 시노프 원전건설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오지 않았는가.

지난해 6월 한국정부는 터키 원전수주에 자신감을 보였다. MOU를 먼저 체결했지만 건설비용에 대해 최종 합의에서 실패한 것이다. 요르단 원전수주에 이어 또 다시 실패한 것에 국민적인 실망이 크다. 원전 수주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 정부가 공적을 과시하는 식으로 MOU를 체결하고 언론에 마치 큰일을 해낸 것처럼 홍보하는 것도 큰 문제다.

원전수출은 고도의 기술과 인력이 필요한 만큼 좀더 세밀하게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수출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특히 사용후 핵연료는 고준위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위험 물질이다. 플루토늄 방사능이 자연상태 우라늄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30만년이 걸린다.

우리나라가 수출한 원전이 사고가 단 한번이라도 난다면 치명적이다. 한 순간에 원전수출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반드시 안전성 기술을 확보해서 그 경쟁력을 살려 나아가야 한다.

-그 사용후 핵연료가 2016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누구나 시급성에 있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너무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한 경주 방폐장도 부지를 선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정과 철회를 반복했다. 부지선정만 해도 이렇게 오래걸리는데, 2016년이면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하루 속히 나서야 한다.

개인적으로 영구처분보다는 재처리하는 방안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원자력협정도 개정해야 한다. 이미 논의가 시작됐다.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고 재처리권을 찾아와야 한다. 세계 5대 원자력 강국이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시급하지는 않지만 재처리뿐만 아니라 핵연료 건식처리인 ‘파이로프로세싱’을 상용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기자동차 관련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산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독일은 최근까지 미국과 중국을 누르고 수출 1위국에 올랐다. 독일이 수출 세계 1위 국가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멘스 같은 대기업 때문이 아니다. 대기업은 미국에 더 많을 것이다.

독일의 경쟁력은 중소기업에 있다. 1000개의 탄탄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상생하며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 1000개의 중소기업을 ‘히든 히어로(숨겨진 영웅)’라고 부를 정도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발전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튼튼한 중소기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데 빠르다. 이 장점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 육성에 중소기업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문기술을 획득한 중소기업을 잘 키워야 한다. 중소기업에 R&D를 지원해야 하며, 인력빼가기, 기술빼가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한 관행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골목상권이 서로 조화롭게 상보적으로 성장하는 경제모델이 바로 서야 우리가 저성장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북한 자원개발에 대한 견해는?
▶북한의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연평도 사건이 있어서 다소 조심스럽지만 어차피 미래를 생각하면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천연자원이나 시장규모 면에서도 통일할 경우 다양한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교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쌀만 보낼 것이 아니라 자원개발, 국토개발 등을 포함한 그랜드 디자인을 입안해야 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제도가 추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확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은 무엇인가.
▶신재생에너지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이다. 보다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개발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가 신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높여서 국가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다행히 우리도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통과시켜서 2012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지 2년만이다. 세부사항에 대한 고시가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시장에 큰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있어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원천기술과 기초과학 없이 첨단과학기술 발전만 추구한 결과 기술혁신의 한계나 로열티 같은 문제가 생겼다. 신재생에너지분야 역시 원천기술 확보와 관련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서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경위원장으로서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에너지관련 정책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잉 소비국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에너지저감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한국의 전력 사용량은 OECD 평균의 1.7배에 달한다. 경제구조가 유사한 일본보다도 2.8배 높다. 우리나라가 한단계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문제를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가전제품, 건축, 아파트가 앞으로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을 갖고 생태환경적인 가치를 덧붙여 문화예술적인 디자인을 겸비한다면 저성장 시대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 <최초에 도전하라>에서 설명한 ‘트리플 악셀’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이 같은 제품과 정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환 위원장은

▲1955년 충북 괴산 출생 ▲청주고 ▲연세대 치대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사

▲15대·16대 국회의원(안산갑) ▲과학기술부 장관(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정책위의장·최고위원 ▲광주민주유공자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중앙회장 ▲영국 캠브리지대학 방문연구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외래교수(現) ▲치과 이해박는 집 대표원장(現) ▲18대 국회의원(現·안산상록을)

▲1999년 녹색정치인상(환경운동연합) ▲2000년 남녀평등정치인상(한국여성유권자연맹)  ▲2002년 여성생명과학상 공로상 ▲2003년 청조근정훈장

▲<詩人>, <문학의 시대>를 통해 등단 ▲주요저서- 시집 <따라오라 시여>,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 <꽃과 운명>, <똥 먹는 아빠>, <방귀에 불이 붙을까요?>, <불타는 바그다드의 어머니>, <물왕리에서 우리가 마신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돌관자여, 흐르는 강물에 갈퀴손을 씻으라>, 수필집 <그대를 위한 사랑의 노래>, <홀로 선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평론집 <덧셈의 정치, 뺄셈의 정치>

대담: 김경훈 편집국장  정리: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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