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예프 아제르바이젠 장관 "광구 개발 협력은 한국하기 나름"

이름도 생소한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연안국인 아제르바이잔이 신흥 산유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원유 매장량은 총 700억배럴로 추정한다. 또 확인된 매장량만 70억배럴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26%, 올해 상반기 30%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이 나라는 경제성장을 꾀하기 위해 여러 나라와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아제르바이잔과 원유 광구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이 나라와 에너지 외교를 맺고 있어 후발 주자에 속한다. 그럼에도 아제르바이잔 이남(Inam)광구 개발 지분 매입 계획 등 매우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한 데 이어 내년 1월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이어서 양국 협력은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최근 방한한 나틱 알리예프(Natiq Aliyev) 아제르바이잔 산업에너지부 장관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우리나라가 아제르바이잔 원유 개발 참여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떡 줄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나틱 알리예프(Natiq Aliyevㆍ사진) 아제르바이잔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타국가의 자국 광구 개발 참여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국의 협상 의지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알리예프 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 알리예프 장관, 한국 에너지 외교 높게 평가
카스피해의 대표적인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 70억배럴. 여기에 추정 매장량까지 포함하면 70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을 공식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양국의 유전 개발 참여 협상이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8월29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1차 한ㆍ아제르바이잔 자원협력위원회에서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SOCAR)에 이남(Inam) 광구 지분매입 제안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또 내년 1월 예정된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방한이 이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약 2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남 광구는 운영권자인 BP사와 쉘(Shell)사가 각각 2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SOCAR가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SOCAR 지분 50% 중 20%를 매입할 계획이다. 주무부서인 산업자원부는 이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이 계획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이남 광구 개발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경제적 협조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아제르바이잔에 꾸준히 제안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광구 개발 참여가 마치 대량의 원유를 확보한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 했다. 알리예프 장관도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에너지 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알리예프 장관은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제르바이잔의 노후화된 석유가공처리공장과 화력발전소 리모델링에 한국이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표해왔다"면서 "또 석유화학분야, 기계장비, 경공업, 유연광물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광구 지분 매각 첫 시도…신중한 아제르바이잔
하지만 상대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정작 이 문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게다가 아제르바이잔은 광구 참여 지분을 타국가에 매각한 사례가 없어 더욱 신중한 입장이다.

 

알리예프 장관은 "광구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번이 최초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기회의 우선권을 한국에 준 것은 한국을 동반자 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알리예프 장관은 "양 국가 당국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분 매각 가격 등 구체적인 것은 언급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전 탐사가 마무리되고 개발할 시점에서 가격이 책정되는 만큼 시추도 하지 않은 이남 광구의 지분관련 가격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지분 매입을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하겠다는 산자부의 입장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급하게 서두르면 자칫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단, 이남 광구 지분 매입가격은 10억달러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예프 장관은 러시아 루코이사의 지분 매각 사례를 들면서 "그 광구는 개발단계의 광구였기 때문에 매각 가격이 10억달러에 달했지만 이남 광구의 지분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분 매각 가격이 10억달러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나틱 알리예프 산업에너지부 장관


1947년 11월23일 바쿠시 출생
1970년 아지즈베요프 석유화학공대 채굴 및 지질학 졸업
1970년 카스프모르네프트(Kaspmorneft) 생산협회 취업
1974년 아제르 과학협회 선임연구원
1979년 카스프모르네프트 생산협회 해안 탐사국 국장
1984년 아제르바이잔 공산당 중앙위원회 석유화학 강사
1993~1995년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 집행위원장 및 사장
2005년 아제르바이잔 산업에너지부 장관

 

지질학 논문과 책 등 100여편 저술.
석유산업 발전 공로로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훈장ㆍ그루지야 훈장ㆍ프랑스 레종도뇌르 훈장 수상.

◆ "이남 광구 확보는 한국 하기 나름"
그렇다면 이남 광구 개발 지분을 우리나라가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최우선 협상대상국이긴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이 반드시 우리나라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물론 지난 5월 양국 정상이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실제 사인을 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리예프 장관의 말을 곱씹어 보면 매우 미묘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알리예프 장관은 "아제르바이잔이 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있고, 한국도 지분을 매입할 의향이 있는 만큼 협상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국가마다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재정적 협력이 다르므로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비해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한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에 임하느냐에 따라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10년 전인 1995년부터 아제르바이잔 원유 개발 사업에 참여해오고 있어 아제르바이잔과는 오랜 친구인 셈이다. 또 중국도 육상광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70억배럴. 추정 매장량까지 포함하면 700억배럴에 달한다. 유전 53개에 총 원유 가채년수는 35~40년으로 추정한다. 1997년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SOCAR)가 최초로 세계 11개 메이저석유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치라크 유전을 개발하면서 유전 개발의 불씨를 당겼다.  

◆ "알로브 광구는 이란과 영역 분쟁 지역"
우리나라는 이남 광구 외에도 다른 광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산자부는 최근 "아제르바이잔은 이남 광구 이외에도 알로브(Alov)와 레릭(Lerik) 등 유망한 탐사광구가 많이 남아있어 자원개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협력대상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로브 광구 개발 참여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광구는 인접 국가인 이란과의 영해 분할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알리예프 장관은 이란이 카스피해 분할 문제를 매듭짓지 않은 상태여서 일부 광구 개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알리예프 장관은 "카스피해를 둘러싸고 있는 다섯 국가가 영해에 대해 합의했지만 이란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섯 국가가 카스피해를 똑같이 20%씩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주장대로라면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경계에 놓인 알로브 광구의 일부가 이란 영역에 속하게 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광구 개발 참여가 원유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미지를 비춰왔다. 하지만 광구 개발과 원유 확보는 별개라는 게 아제르바이잔의 시각이다. 알리예프 장관은 "각 국가는 노보라시스키, 흑해, 제이한 등 세 곳을 통해 수출하는 원유를 입찰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와도 쌍방 수출입계약을 통해 원유를 수출하진 않는다"며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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