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이제는 일만 잘하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일도 잘하고 윗사람에게도 잘 보여야 살아 남아요."

한국전력 자회사들이 새롭게 도입한 인사시스템인 '드래프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드래프트제는 공기업에서 임원이나 부서장이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골라 데려오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공개경쟁보직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는데 발전자회사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2009년 처음 시행했다 . 당초 직원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폐해는 상당하다.

최근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의 '노조 와해 문건'이 공개됐다. 사측과 노조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이 문건이 발견된 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에 가입된 동서발전 직원 일부는 이길구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길거리 농성'을 펼쳤다. 이후 동서발전은 사상 최대인 147명의 인사 이동을 단행했다.

인사 이동에 대한 심상찮은 소문이 돌기 시작한 뒤 발전노조에 가입한 70%의 직원이 한국발전노조를 탈퇴하고 새로운 노조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관계자는 "사장을 쫓아내라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다간 윗사람에게 찍혀 쫓겨날 수도 있는 일 아닌가"라며 "무보직 발령이 난 이유는 사장의 눈치를 보는 윗사람들이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 드래프트제도로 인한 무보직 발령을 꺼리는 직원들이 입사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무보직 발령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입사한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을 무보직 발령을 내리면 삶에 지장이 있으니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직원들을 무보직으로 발령내려 외국어 공부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그들에게는 차라리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얼마전에 무보직 발령난 직원들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융통성없이 일만 열심히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며 "이제는 일보다 윗사람에게 어떻게 잘보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현지 사정을 모르는 윗 사람들과 일하다보면 '할말'도 못하는 경우가 파다한데 밥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푸념했다.

드래프트제도는 직원간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더이상 '눈치제도'와 '로비제도'로 전락하기 전에 당초의 취지를 살려 '경쟁을 촉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효정 기자 hy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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