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골드' 시대 개막, 매년 1000조원 이상 물 인프라에 투자 전망
수자원정책硏 초대소장 역임한 수공 핵심 브레인 글로벌마인드 강조

[이투뉴스] '블루골드'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세계 물시장은 연평균 6.5%씩 성장하고 있고, 2025년에는 865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환경부 추정). 이미 깨끗한 물은 석유보다 귀해졌고, 이 추세대로라면 물산업이 석유산업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UN에 따르면 지금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 앞으로 15년이 지나면 전체 인구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70억명이 물부족에 고통을 당한다. 기후변화와 온난화가 물산업의 외연을 키우는 역설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위기를 등에 업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 호기를 붙들 만반의 준비가 되었는가. 물 산업 원천기술 개발과 물기업 육성에 십수조원 쏟아붓겠다는 정부 발표만 믿고 따르면 세계 시장의 상당부분은 정녕 우리 몫이 될 것인가.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레 샴페인부터 터뜨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보다 우리안에서의 선제적 합의를 주문하고 있다. '수도민영화'나 '물값 괴담' 등 물산업을 놓고 벌어진 사회적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며, 지금도 그 뇌관의 불씨는 살아있다고 보고 있다.

본질은 블루골드 시대의 도래이고 우리의 기회포착인데, 물과 관련된 각 부처와 산하 공기업, 지자체의 셈법과 입장이 제각각이다보니 매번 논의가 엉뚱하게 '민영화냐, 아니냐' 등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다. 엄청난 좌판이 깔려도 이런 소모적 논쟁 앞에선 결코 힘이 결집될 수 없는 법이다.

▲ 권형준 k-water 경영관리실장
최근 대전 K-water(수자원공사, 이하 수공) 본사에서 만난 권형준 경영관리실장(사진)도 이런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조바심을 내는 한 사람이다. 2007년부터 수공의 두뇌집단인 수자원정책경제연구소 초대소장으로 3년반을 일한 그는 물산업 선진국 영국에서 자원환경경제학을 수학하며 글로벌 시각을 넓혔다.

권 실장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부즈앤런해밀턴이 OECD 자료를 종합한 물산업 전망 보고서의 수치를 가리키며 "앞으로 매년 10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이 물 인프라에 투자되는데 우린 소모적 논쟁으로 지난 3년을 손발이 묶여 있었던 셈"이라고 운을 뗐다.

부즈앨런해밀턴은 이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물 인프라가 전체 인프라 투자수요의 55.1%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향후 물 시장의 규모를 연평균 8700억 달러, 총 22조6000억 달러로 예측했다. 권 실장의 말대로 "전력 인프라 투자수요의 2.4배, 원자력 수요의 12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잠재시장"이다.

신흥국들은 새로 인프라를 깔고, 중·선진국들은 이미 깔린 인프라를 교체하는 시점이 도래한데다 기후변화란 거대한 흐름이 물산업 전망을 어느 때보다 밝게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부연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황금어장을 목전에 두고도 우리가 쓸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것. 수돗물을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160여개 지방자치단체는 경영효율화의 압박을 받는 신세이고, 코오롱이나 웅진처럼 물 전문기업을 표방한 일부 기업들 역시 세계적 물기업에 비하면 역량이나 성과가 초라하다.

그나마 수공이 해외진출을 통해 최근 수년간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그 조차 도매기능이 대부분인 광역상수도를 근간으로 성장한 공기업인데다 하수도처럼 환경부 소관인 분야의 진출이 어려워 물산업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수공은 2007년 사우디 리야드 프로젝트에서 이렇다할 상·하수도 부문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PQ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금이야말로 영역을 초월한 민·관·정의 다각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권 실장이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UAE 원전수주를 예로 들며 "당시 한국전력이 주체가 됐지만 민간기업이 다수 참여한 가운데 대통령까지 힘을 보태 성과를 낸 것 아니냐"면서 "국부창출이란 목표 아래 이제는 누가 주체가 될 것이냐를 논하기보다 그것이 민간이든, 공공이든 잘 할 수 있는 곳이 일을 맡고, 그걸 여러 영역에서 조력해주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도·소매 상수도 요금의 현실화도 산업역량 강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꼽았다. 권 실장은 "물산업 육성의 핵심은 적정한 시장규모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민간을 키운다는것 자체가 목표가 되선 곤란하다"며 "우선 수도요금 현실화를 통해 적정한 요금을 부과해야 비로써 지속적인 R&D로 최신장비와 기술을 갖춘 기업의 물산업 참여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상수도요금은 생산원가의 80% 수준이다. 그는 물값 현실화만이 물산업의 기능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임을 재차 강조했다.

"(물값을) 당장 싸게 한다고 6~7년째 동결해 왔는데 주기적 점검과 교체가 안되고 있는 일부 지역 땅속 관로는 누수율(생산량에서 새 나가는 물의 비율)이 매우 높다. 보이지 않지만 국가적으로 엄청한 손해다. 단기적인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적정원가를 보상해주면서 5년, 10년 시각으로 산업을 키워야 수공처럼 세계 TOP3를 목표로 하는 물기업도 나온다." 

<대전=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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