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구 사장, 발전노조에 공식 사과 노사합의서에 서명

[이투뉴스] 발전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들의 성향을 토마토, 배, 사과 등에 비유하고 노조 탈퇴를 권유해 노사갈등을 빚었던 동서발전이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했다. 이로써 20여일 동안 지속됐던 동서발전과 발전노조간 갈등은 일단락됐다.

발전노조에 따르면 최근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과 박종옥 위원장이 노사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회사측의 노동조합 활동 지배개입 방지 ▶부당노동 지배행위 책임자 처벌 ▶상호 합의하에 드래프트제 시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이 사장이 그간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추후에도 노조를 지배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무담당 회사 간부들의 서약을 받기로 했다" 며 "만약 이를 어기는 경우에는 당사자를 중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노사 갈등은 지난 17일 동서발전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가입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을 탈퇴시키고 조직적으로 노조 파괴 작업을 벌인 게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동서발전은 조합원 다수를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토록 강제적 작업을 펼쳤으나 조합원 상당수가 이에 반대하자 이와 관련된 투표용지가 들어있는 투표함을 몰래 개봉하려고 시도했다. 또 사장이 주재한 각종 회의에서 사장이 직접 직원들을 기업별 노조(동서발전노조)에 가입하도록 간부급 직원을 설득하는 발표 자료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과일로 비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탈퇴를 찬성한 직원들을 겉과 속이 하얀 '배', 중립적 입장은 겉과 속이 다른 '사과', 탈퇴를 반대하는 직원은 겉과 속이 빨간 '토마토'로 비유한 것.

상황이 심각해지고 갈등이 심화되자 이길구 사장은 노조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동서발전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발전 노조와 단체협약을 조기에 체결키로 약속했다.

발전 노조 관계자는 "동서발전의 사과 및 책임성있는 조치를 받아들인다" 며 "앞으로 상호 존중하며 노사 관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태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실에서는 "참 기가 막히다. 향후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지켜보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노조 와해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5공 때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규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회사 내부 경영인사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반드시 노사 대화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효정 기자 hyo@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