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강 아하에너지 대표, 논란 2년만에 실증시험 결과 공개
광산 송풍기 토출압력 2% 이내 미미한 변화 확인

▲ 허현강 아하에너지 대표.
[이투뉴스] 예술은 몰라도 인생은 짧다. 그리고 우린 그 짧은 생(生)속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성공을 꿈꾸며 산다. "이차방정식을 무작정 따라 외우는 게 싫어 학교를 그만뒀다"는 중졸(中卒) 학력의 허현강 아하에너지 대표(59·사진). 그의 변함없는 꿈은 '상호역회전 풍력발전기(Dual-rotor turbine)' 상용화다.

그는 꿈을 위해 십수년을 어두컴컴한 연구실에서 살다시피했다. 그 사이 십수억원의 재산을 연구비로 탕진했고, 차비가 떨어진 딸 아이는 걸어서 학교를 갔다. 공학계는 '날개가(blade) 두 겹인 발전기는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며 그를 무모한 엔지니어로 치부했다.

그러나 집념은 기어코 성취를 불러왔다. 앞뒤 날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며 기존 발전기보다 더 높은 출력을 내는 풍력발전 기술로 2004년 최초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어 2008년에는 외형과 성능을 보강한 시제품도 내놓고 관련특허도 4종으로 늘렸다.

투자자들이 몰렸고, 2008년 기술을 눈여겨 본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환풍구에 이 기술을 응용한 풍력발전기를 시범 설치키로 했다. 결과가 좋으면 1~4호선 모든 환풍구로 확대 적용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긴 어둠의 터널 끝에서 서광이 그를 맞아들일 것 같았다.

그러나 운명은 그의 성공을 시샘했다. 그 해 11월 어느날, 모든 상황이 반전됐다. 거의 모든 신문이 일제히 이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환풍구 후방에서 발전기를 돌린다는 것 자체가 '에너지 보존의 법칙' 등 물리학의 기초조차 무시한 난센스라고 맹비난했다.

"시험결과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물은 엎지러졌다. 2차 심사까지 통과한 정부 신기술인증(NEP) 신청은 3차 심사에서 기회를 잃었다. '무명의 회사와 현실성 없는 사업을 벌이려 했다'며  뭇매를 맞은 서울메트로는 아하에너지가 돈을 대기로 한 시범설치마저 포기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투자자들이 떠나고, 자금난이 시작됐다. 다시 실험실로 돌아간 그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양방향 풍력발전기도, 짧은 시간에 온갖 비판과 기대를 받은 아하에너지도 기억속에서 잊혀가는 듯 했다.

그렇게 꼬박 두 해 넘게 흐른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 아하에너지 연구실. "못다한 이야기와, 그간 남모르게 이룬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허 대표를 다시 만났다. 시제품을 만들 당시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의 눈빛이 형형했다.

"이루 말 못할 고생"으로 표현된 지난 2년은 이렇다. 이른바 '지하철 사건' 이후 상호역회전 풍력발전기 상용화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네티즌은 "제2의 황우석에 낚였다", "'제2의 허경영"이라며 한동안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그는 결과로 입증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먼저 그는 단방향 날개와 달리 양방향 날개가 기체의 흐름을 거의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키로 했다. 전북대 풍동실험센터에서 환풍구용 터빈에 대한 실험을 벌였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날개 두개를 통과한 연막은 흐트러짐없이 일직선으로 배기구를 빠져 나갔다.

자신감을 얻은 아하에너지는 5kW급 터빈 3기를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철암사업장 환풍구에 설치했다. 아하에너지가 터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실증경험이 없다보니 실제 단가는 4~5배가 들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까지 발생하면서 출력안정화까지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땀으로 얻은 결과는 값졌다. 이 사업을 분석한 군산대학교 풍력기술연구센터의 현장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바람을 불어내는 송풍기 토출압력(부하)은 풍력발전기 가동 전 350mmH20(전압 3500V, 전류 88A 기준)에서 가동후 355mmH20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발전량은 석탄공사 검수값(2010년 4월 15일 11kW)과 풍력기술연구센터 측정값(8월 7일 5.4kW)이 차이를 나타냈는데, 이는 갱도내 온습도 변화에 따른 공기밀도 차이 때문일 것이란 게 양측이 내린 잠정 결론이다.

연구센터는 보고서에서 "압력변화는 전체 토출압력의 2% 미만으로 송풍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풍력발전량이 송풍기 출력의 10%미만으로 작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왼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성광업소 철암사업장 환풍구 후단에 설치된 풍도(좌)와 양방향 터빈(우). 지난 2월 15일 오전 7시 현재 5.2kw의 발전량을 나타내고 있다.<원격모니터링 카메라 실시간 캡처 화면>

양방향 터빈이라면 환풍구내에서도 공기흐름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풍력발전이 가능하다는 허 대표의 주장이 실증으로 입증된 셈이다. 바로 이 대목이 그가 지난 2년을 와신상담하며 이뤘다는 그 성과다.

지난해 아하에너지는 파주시 해마루촌, 농어촌공사 영암지사, 동해 OO화물 등에 2kW급 양방향 풍력터빈 5기를 납품했다. 올해 사업도 전망이 밝다고 한다.

하지만 논란이 거센 환풍구 발전의 경우, 결과적으로 더 어려운 숙제가 남겨졌다. 보다 과학적인 실증을 통해 성능을 높여야 하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친 이들의 불신도 그 결과로 해소시켜 줘야 한다.

허 대표에게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면서 "소형 풍력터빈부터 응용터빈까지 양방향 터빈의 진가를 알릴 날이 머지 않았다. 그때 좋은 소식으로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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