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2013년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이 표류하고 있다. 애당초 연간 2억5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46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배출권 거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인데 며칠 전 대통령이 라디오방송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힌 후 이제는 2015년 이후에나 시행할 것이라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 산업계가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을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도 배출권 거래에 미온적인데 우리나라가 먼저 시행하면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고, 둘째 이미 목표관리제가 시행 중이므로 이중의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기존의 산업 구조로 보아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은 기존의 화석 연료에 근거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성장을 지칭하는 것 아닌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을 저탄소에서 찾자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는 당연히 기존 탄소집약형 산업보다 저탄소산업이 경쟁우위를 갖도록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배출권 거래제에 미온적이라는 주장도 반드시 사실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동부 10개 주에서 시행 중이고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201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일본에서는 배출권 거래제보다 더 무서운 탄소세 도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또 유럽의 경우에는 이미 배출권 거래가 정착되어 2009년 연간 약 1200억 달러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즉 새로운 자본 시장이 생겨 투자가 활성화되고 유럽 경제의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세든, 목표관리제든, 배출권 거래제든,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긍궁적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보다 그렇지 않은 부문을 장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은 일본의 1/3,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에너지 절감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하는 정책의 도입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 기관인 녹색성장위원회의 분석에 의하면 배출권 거래제는 목표관리제보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60% 이상 줄이고 탄소 규제비용도 44% 감소시킨다고 한다. 거래 시장의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낮은 기업에게 최대한 온실가스를 줄여 줄인 만큼의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현금화하는 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단순히 배출량을 할당하여 이를 달성하도록 하는 목표관리제에 비해 배출 감소 효과도 크고 감축 비용도 더 저렴하게 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하다. 목표관리제 시행을 포기하고 배출권 거래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다. 이제 와서 이를 연기한다면 이제까지 정부를 믿고 저탄소 기술과 경영에 몰두한 기업은 어찌 될 것인가! 정책의 신뢰성을 잃는 것은 잘못된 정책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더구나 이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두려는 태도는 이제까지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장기적 안목에서 재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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