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세율, 영국 71%ㆍ멕시코 18.2%ㆍ한국 62.1%

10부   국제 휘발유 소비가 비교

 

 

글 싣는 순서

 1부    에너지소비 변화
 2부    에너지수입 의존도
 3부    소비부문별 에너지소비
 4부    에너지원별 에너지 수출입
 5부    석유류 소비 추이
 6부    국제 에너지소비 추이
 7부    국제 현물 유가 추이
 8부    주요국 원유생산실적
 9부    지역별 원유 매장량
 10부 국제 휘발유 소비가 비교
 11부  주요국 원유 수출입 비교
 12부  에너지 공급ㆍ소비 비중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은 계륵 같은 존재다. 세율을 내리자니 세수 감소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대중교통 활성화 등 국가 정책에 문제가 생긴다. 또 세율을 그대로 두거나 올리자니 안 그래도 거센 세율 인하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은 뻔하다. 이런 배경을 깔고 세계 20개 주요국의 휘발유 가격과 세율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세계 각국 휘발유 가격과 세율에 대한 통계자료와 언론 보도내용 등을 종합하면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와 싼 나라의 차이가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휘발유 가격은 1리터당 1549원으로 가장 비싼 나라이며, 미국은 573원으로 가장 싼 나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의 세금은 더 큰 차이를 보여 약 10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휘발유 가격의 세금은 1100원(가격의 71%)인 반면 멕시코 휘발유 가격의 세금은 105원(18.2%)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1402원. 이 중 세금은 871원으로 약 62.1%를 차지했다. 20개 국가 중 정확히 중간 수준이다. 이는 단순 가격과 세금 비율만 따진 것이므로 국민총소득(GNI)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과 세율은 높은 편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 1402원…20개국 중 8위
지난해 6월 기준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1리터당 1402원. 미국의 석유가격 조사전문지 <에너지 데탕트>가 세계 주요 20개국의 휘발유 가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웨덴(1138원)과 프랑스(1401원) 사이에 위치하면서 8위를 차지했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3개국은 영국(1549원)ㆍ핀란드(1496원)ㆍ독일(1482원)이다. 반대로 미국(573원)ㆍ멕시코(576원)ㆍ캐나다(750원)는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국가로 집계됐다. 최고와 최저를 각각 기록한 영국과 미국의 휘발유 가격 차이는 거의 3배에 육박한다. 금액으로도 976원의 차이를 보인다.

 

전체 20개 국가 중 휘발유 가격이 1400원대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국으로 가장 많다. 또 20개 국가 중 16개 국가의 휘발유 가격이 1000원 이상이다. 이 자료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세계 20개국 중 중간 정도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라는 통계는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주장을 강조한다. 지난 12일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새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14.2%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휘발유 가격이 꼭 적절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영국과 비교하면 147원 싸지만 미국보다 829원 비싸다. 휘발유 가격 순위 14위를 차지한 일본(1159원)과 비교해도 243원 비싸다.
이는 각국의 GNI와 비교하면 이를 더욱 뚜렷이 알 수 있다. <에너지 데탕트> 6월호에 따르면 GNI를 감안한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을 100으로 할 때 일본은 29.6, 미국은 17.1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빈약한 일본에 비해 3.4배나 높은 셈이다. 휘발유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43.8과 44.6에 머물렀다. 따라서 절대 금액으로는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닐 수도 있지만 국민이 느끼는 휘발유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

 

<주요 20개국 휘발유 가격 및 세금 비교>

(단위: 원)

순위

휘발유 가격

휘발유 세금 

휘발유 세율 

1

영국 1549 

영국 1100 

영국 71% 

2

핀란드 1496 

독일 1011

프랑스 68.3%

3

독일 1482 

핀란드 1006

독일 68.2%

4

이탈리아 1479 

벨기에 966

핀란드 67.3%

5

덴마크 1477

덴마크 963

스웨덴 65.9%

6

벨기에 1477(공동 5위) 

프랑스 958

벨기에 65.4%

7

스웨덴 1450 

스웨덴 955

덴마크 65.2%

8

한국 1402 

이탈리아 941

포르투갈 63.7%

9

프랑스 1401 

한국 871

이탈리아 63.6%

10

포르투갈 1350 

포르투갈 861

한국 62.1%

11

오스트리아 1256 

아일랜드 764

아일랜드 60.9%

12

아일랜드 1253 

오스트리아 734

오스트리아 58.5%

13

룩셈부르크 1243 

룩셈부르크 707

룩셈부르크 56.9%

14

일본 1159 

스페인 646

스페인 56.7%

15

스페인 1138

일본 559

그리스 50.4%

16

그리스 1041

그리스 525

일본 48.2%

17

뉴질랜드 882

뉴질랜드 412

뉴질랜드 46.6%

18

캐나다 750

캐나다 266

캐나다 35.5%

19

멕시코 576

미국 121

미국 21.1%

20

미국 573

멕시코 105

멕시코 18.2%


◆휘발유 1만원 중 6200원 세금…일본은 4800원
휘발유의 세금이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이다. 휘발유 가격 1549원 중 1100원이 세금이다. 세금이 가장 적은 나라는 멕시코(105원)다. 세금에서만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편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미국의 세금은 121원이다. 우리나라는 1402원 중 871원이 세금이다. 일본은 1159원 중 559원이 세금이다.

 

각 국가의 휘발유 가격과 세금이 다르므로 휘발유 가격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영국은 세금도 가장 많아 휘발유 세율은 71%에 달한다. 휘발유 가격만 따지면 멕시코보다 미국이 싸다. 하지만 휘발유 세율만 따지면 멕시코가 단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다. 멕시코의 휘발유 세율은 18.2%로 20개 국가 중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세율은 62.1%다. 1만원으로 휘발유를 구입할 때 영국에선 7100원, 멕시코에선 1800원, 우리는 6200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는 2005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IE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세율은 63.6%이다. 미국(18.9%)ㆍ일본(52.7%)ㆍ프랑스(71.9%)ㆍ영국(73.6%)도 큰 차이가 없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중간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한가지 따져볼 것이 있다. 휘발유 세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20개 국가 중 우리나라를 비롯한 15개 국가다. 또 휘발유 세율이 가장 높은 영국과 비교하면 8.9%포인트 차이에 그치지만 휘발유 세율이 가장 낮은 멕시코와 비교하면 43.9%포인트의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휘발유 세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올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의 휘발유 세율이 크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또 언론도 '세금폭탄'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며 우리나라의 휘발유 고세율을 지적했다. 한편 일본의 휘발유 세율은 48.2%에 머물고 있다.

 

<주요국 국민소득 감안 휘발유 가격 비교>

구분

한국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휘발유가격

(원/리터) 

1543

1176 

741 

1734 

1605 

1329 

1인당 GNI

(달러)

1만4193

3만6603 

3만9843 

3만6400 

3만3091 

3만7371 

GNI감안

휘발유 가격

(한국=100)

100.0

29.6 

17.1 

43.8 

44.6 

32.7 

(자료: 에너지 데탕트 2006년 6월. 1인당 GNI, 2004년 기준)

 

국내 휘발유 세율에 '동상이몽'…소비자ㆍ정유사ㆍ정부 이견

 

휘발유의 세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총 15개국. 이 그룹에 우리나라도 속해 있기 때문에 휘발유 세율이 큰 편이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20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휘발유 세율은 정확히 10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세율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높다고 느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제 유가가 하락해도 휘발유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유도 세율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에 가장 많이 도입되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지표인 두바이유는 3일 56.97달러에 거래됐다. 전일에 비해 2.04달러나 떨어졌다. 두바이유 8월 평균유가는 68.85달러, 9월 평균은 59.93달러로 한 달 새 10달러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9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에서 팔린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477.32원으로 8월 넷째주(1546.66원)와 비교할때 69원가량 떨어지는데 그쳤다. 통상 정유사가 1주일 단위로 석유제품 국제가격을 반영하고 있지만 유가 인상할 때는 대폭 올렸다가 내릴 때는 소폭 내린다는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유사는 최근 휘발유 가격의 60%를 차지하는 세금을 탓한다. 또 전문가도 세율이 크기 때문에 국제유가 하락할 때 휘발유 가격 인하에 대한 체감정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예컨대 국제유가가 100원 내려간다고 할 때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휘발유 가격 인하폭은 40원도 안된다는 설명이다. 또 국제유가가 120%나 올랐지만 국내 휘발유 공장도가격은 40%밖에 오르지 않아 되레 피해를 본다는 정유사들의 주장도 세율 문제에 기인한다.
 
이같은 세율 지적에도 정부는 세금 인하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세율을 낮춰도 장기적으로 유통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휘발유 세금을 인하 대신 국민의 에너지 절약을 강조한다. 주유소별 휘발유 가격이 자율화되어 있는 만큼 휘발유 가격은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게 그 배경설명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도심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휘발유 가격 인상 정책에 후한 점수를 줬다. 휘발유 가격의 세금 인하를 고집스럽게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소비자는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유사는 세율이 높아 가격 인하에 제한적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또 정부는 국가 정책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휘발유 세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모든 주장이 옳다. 하지만 이견이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임엔 분명하다.


<10월30일에는 '한국 에너지통계 35년 재조명' 11부 '주요국 원유 수출입 비교'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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