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대세를 마냥 거역할 셈인가

조길영 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조길영]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에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나라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을 발표했다. 즉 2020년까지 2005년 발생량 대비 4퍼센트를 자발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따라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하고, 이를 단계적ㆍ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위권 국가 가운데 2008년도에 비해 2009년도에 증가한 나라는 한국, 인도, 이란 등 세 나라뿐이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2009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8년도에 비해 7?10퍼센트 감소하였지만, 한국은 1.2퍼센트 늘어나 배출량 순위가 9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감소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으니 다른 나라에 비해 갈 길이 너무 멀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관련 업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탄소 관련 정책들을 오히려 완화하거나 시행 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도입키로 했던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2013?2015년으로 연기하고 말았다. 이로써 배출권 거래제 시행은 사실상 2년 후로 뒷걸음질을 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런 조치는 이해 당사자들에게 정부의 탄소정책 의지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을 계속 보냄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탄소 감축 및 기술 혁신 관련 투자를 더욱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후퇴가 아닐 수 없다. 

업계의 심대한 우려대로 배출권 거래제가 과연 관련 업계와 소비자에게 엄청난 경제적 추가 부담으로만 작용할까? 항상 그랬지만,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 대한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시장의 긍정적 기능을 무시하거나 비현실적인 가정에 근거한 셈법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음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그들의 주장은 실제보다 과장된 업계의 엄살을 대변하는 꼴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배출권 거래제 도입으로 제조업체들이 최대 약 12조원의 비용을 부담할 것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또 전력거래소는 “전력요금이 3?12퍼센트 증가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승룡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결과는 감축의무를 지는 기업들이 자발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초과배출량 전부를 시장 가격보다 훨씬 비싼 30유로에 구매할 경우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주장이다”면서, “전력거래소 주장도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초과배출량 구매비용을 전부 소비자의 전력가격에 전가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우리는 이것이 감내하기 어려운 기업의 부담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실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직접 규제보다는 시장의 힘을 동원한 최초의 정책은 미국의 아황산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였다. 발전회사에 최대 허용 배출 총량을 무상으로 배분한 것에 대한 일부 환경론자들의 반론이 있었지만, 이 제도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을 비롯한 많은 환경주의자들의 찬사를 받시도 했다. 물론 정책 도입과정에서 로비단체들은 화력발전소들이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정책의 도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실제 비용은 겨우 10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업계의 뻥튀기가 10배 이상 된 셈이다.

대다수 관련 전문가들은 글로벌 차원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기후변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거래시장의 부작용을 개선하고 시장의 연착륙과 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최적의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사자에게 목표달성에 유리한 선택지를 제공함은 물론, 탄소 감축 및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녹색성장의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 

2009년도 말 기준 세계 탄소시장의 거래 규모는 약 1,300억 달러다. 이는 같은 해 300억 달러의 국제 밀 시장 규모에 비해 4.3배가 넘는 액수다. 기존의 탄소시장의 작동 과정에서 나타난 다소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권의 매매 현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의 작금의 뒷걸음질은 그들이 구두선처럼 내세우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깃발을 퇴색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입으로는 녹색을 오치지만 행동은 회색으로 가고 있다. 마치 4대강 토목공사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는 시대의 대세를 거역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마냥 늦출게 아니라, 탄소시장의 긍정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단계적ㆍ지속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 길만이 기업의 투자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새로운 대세에 순항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키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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