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농학박사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농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서정수]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부터 시작되어 온 나라를 공포에 몰아 넣었던 구제역 사태. 지난 2일 이후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아 구제역이 진정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해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제 거의 잡혀가는 듯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언 땅에 묻었던 사체들로 인한 2차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몰지 오염 등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축산 피해농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전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1차 피해때 보다 더 큰 위기상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급박했던 상황에서의 미숙한 매몰지 처리 피해가 한 두달도 지나지 않아 나타나는 현실에 우선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 살아있는 가축을 살처분해야 했던 농장주의 정신적 고뇌, 작업에 참여했던 일선 공무원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만 있던 전 국민의 심경은 매몰과 백신으로 이 사태가 끝날줄 믿었을 뿐이다. 초기의 미숙한 대처는 고사 하고라도 이제 또 다시 구제역과 관련된 2차, 3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관용의 미덕 보다는 질책이 더 앞서는 마음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2차 피해에 대한 보완조치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지만 눈앞에 나타난 현상에만 급급함에 자칫 더 큰 피해를 예상치 못하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날 지경이다.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으로 쓰이는 한강 상류지역에 조성된 살처분 가축 매몰지 상당수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옹벽·물막이 시설·배수로 설치 등으로 마무리 하려는 모양이어서 더욱 걱정된다.

눈으로 확인되는 부분에 대하여는 그것으로 우선 급한 불은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실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대량으로 유출되면 토양을 지나 암반 대수층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 하천으로 유입되는 침출수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되겠지만 대수층에 대한 오염은 관측되기도 쉽지 않고 정화시키기도 어렵다.

지구 담수자원의 30%는 지하수다. 담수자원의 69%는 빙하이며 1%가 호수와 강이고 이들 지하수는 지표면 아래에 있는 대수층에 저장되어 있다. 물이 아주 모자라는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넉넉한 나라에서도 대수층과 강이 다양한 형태로 오염되고 있다. 일상생활, 농업, 산업, 가정이 모두 똑같이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 4대강은 물론 제1법정 하천과 지류들, 심지어 산속의 옹달샘도 오염돼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더하여 매몰지로부터 배출된 오염원에 의한 오염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물은 벌써부터 기름보다도 귀한 경제자원으로 주목받는 자원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대수층 부존자원에 대한 실태 파악도 제대로 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골지역은 지하대수층의 물을 식수로 사용하거나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수층이 오염된다면 국민 건강은 물론 대수층 지하자원의 상실은 무엇으로 대치할 수 있을 것인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부에서 밝힌 2차 오염 방지 대책에는 대수층 오염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없다. 오염 가능지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상수도를 설치한다는데 식수만 가능하고 농사짓는 관개수는 오염된 지하수로 짓는단 말인가? 오염된 관개수로 재배된 작물은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대수층 오염 방제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침출수가 유출된 인근지역에 지하수를 끌어올리던 폐관정 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서두르는 동시에 완전하게 메우지 않은 관정에 대한 조치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근원적인 대책을 위하여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태를 겪은 미국, 영국, 일본, 네델란드 등의 사례도 연구하여 도입하는 성숙함도 늦은감이 있지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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