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휘발유를 리터당 2200원을 받는 서울시내 주유소가 등장했다.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것은 휘발유만이 아니다.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유도 전국 평균가 1700원, LPG는 1068원을 기록하고 있다 (4일 기준).

국내 기름 가격은 2월 첫째주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도 멈출지를 모르고 있다.

이번 기름가격 상승은 중동의 민주화 바람에 따른 석유시장의 공급불안에서 야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기름가격의 고공행진이 최소 5월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 민주화 바람이 내전양상을 띠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유가전망을 어둡게 한다. 물가 상승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기름 가격 상승은 서민들에게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간 유류세 인하는 뜨거운 감자였다. 정유회사 마진이 3% 내외라는 것이 알려진 마당에 정부로서는 치솟는 기름값을 잡으려면 세금인하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세금을 인하했다가 줄어든 세수로 인해 국가재정이 나빠진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당초 정부는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정부가 결국 최후의 카드를 뽑아 들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검토가 밝혀진 가운데 이제 관심사는 인하폭에 쏠리고 있다. 높은 기름 가격이 부담되는 서민들은 전면적인 유류세 인하를 원하겠지만 재원확보가 따로 마련되지 않은 정부로서 이 카드를 내밀 확률은 높지 않다.

정부의 입장에선 유류세보다는 관세인하가 더 구미가 당길 만하다. 원유 수입관세는 정률세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세수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같은 폭의 인하라도 관세가 유류세보다 세수가 덜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관세는 인하를 해도 기름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관세를 1% 낮출 경우 정부의 세수는 3000억원이 줄어들지만 기름 가격 인하는 리터당 7원에 그친다. 현재 원유에 대한 관세는 3%다. 관세 3%를 모두 내린다고 하더라도 기름가격은 21원 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1조원에 가까운 손해를 보면서 효과가 미미한 관세 인하도 현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기름 가격 인하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초점을 제대로 맞춰야한다.

기름가격 인하는 중산층 이하 서민을 대상으로 해야하는 것이 맞다. 고소득 계층에게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름 가격 인하 덕을 보게 할 필요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꼭 세금을 내리는 것만이 방도의 전부는 아니다.

유류세나 관세 인하 말고도 서민층을 대상으로 해 연말 세금환급 등을 통해서 기름가격 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절차와 방법은 조금 복잡해지겠지만 훨씬 효율적이다. 출혈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시키는 방안이다.

또 중동사태가 안정된다면 유가도 같이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매일매일 변하는 것이 국제정세이기 때문에 섣불리 세금인하란 최후의 카드를 뽑을 필요는 없다. 정부로서는 고유가 시대에 좀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현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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