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명 중 13명만 합격, 부실한 교재·커리큘럼 '도마 위'
정부, 관리업체 명세서 제출 5월말로 연기

[이투뉴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검증심사원 교육 수료생이 무더기로 탈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국립환경인력개발원은 지난 1월 13일과 27일부터 각각 12일간 1, 2회차 검증심사원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배출한 교육생은 1회차 25명, 2회차 50명으로 75명. 이 가운데 현재까지 합격자는 13명에 불과하다.

이 교육을 이수하면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에 따라 470여개의 관리대상 업체가 제출해야하는 온실가스 배출현황(명세서)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온실가스 검증심사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국립환경인력개발원은 지난달 24일 3회차 교육생 50명을 확정·통보하고, 14일과 23일, 다음달 6일에 각각 4, 5, 6회차 교육생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생으로 선발되더라도 보고서, 중간시험, 최종시험 등 종합평가를 통과해야만 검증심사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 한 번의 재시험 기회가 주어진다.

합격률이 이토록 저조한 데 대해 일부 교육생들은 부실한 교재와 외국인 강사의 수업을 지적했다. 이번 교육은 해외 전문 컨설팅 기관의 강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영어 교재가 제공됐다. 전 과정에 동시통역사가 배치됐지만 전문용어가 난무해 통역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

2회 교육을 받은 한 기후변화 컨설턴트는 "외국인 강사가 EU의 사례를 들어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한 점은 매우 좋았다"면서도 "영어 교재가 아웃라인(개요)만 있고 급하게 준비한 번역본은 허술한데다 통역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험문제를 풀기위해서는 개념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야 풀 수 있는 응용 문제가 출제됐으며, 시험과 직접 연관된 내용은 수업 중에 가르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과정 설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초 합격 기준이 이렇게까지 까다롭지 않았다"면서 "최근 교육생 중 시험 불합격자에 한해 2년 동안 유예기간을 주고 재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육생의 자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립환경인력개발원은 양성 교육 신청자 자격요건을 전문학사 이상 학력자로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보유한 자로 한정했다. 하지만 환경산업 종사자나 환경관리인 등 온실가스 검증 업무와 무관한 경력자도 포함돼 있는데다 형평성을 고려해 추첨으로 교육생을 선발,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교육에 참가한 또 다른 기후변화 컨설턴트는 "교육생의 60% 이상이 온실가스 인벤토리나 지침 등 개념에 대해 생소하게 여겼으며, 이 개념이 익숙지 않은 교육생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벅찼을 것"이라며 "교육생 신청 자격 요건이 ISO 검증심사원에서부터 에너지 진단 전문가까지 너무 범위가 넓었고 애초 추첨을 통해 교육생을 선발한 게 화근"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온실가스관리TF팀 관계자는 "1, 2회차 때 합격률이 저조했던 이유는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신청했기 때문"이라며 "3회차부터는 자질을 갖춘 교육생들이 검증심사원으로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3월말까지였던 관리업체 명세서 제출을 5월말까지로 연기하기로 확정했다"면서도 "검증인력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며, 심사원 양성을 위해 앞으로 10회차까지 교육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녹색성장위원회는 오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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