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에너지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박사

[이투뉴스 / 칼럼] 오랜만에 아주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13일 발표된 대로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가채굴 매장량 기준 11억5천만~13억4천만배럴 규모의 유전개발 및 생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생산과 개발 두 부분으로 나뉘어 현재 생산중인 유전에의 생산 참여와 신규 개발광구에의 지분확보 모두 참여하며, 그 규모도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대 규모였던 베트남 15-1 광구를 뛰어넘는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본 계약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두 가지 합의 내용을 합쳐 보면, 잘하면 2013년부터 최소 12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약 30년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석유의 양보다 많은 원유를 확보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이 잘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15%를 넘어서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말에 우리나라는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여기에 크게 기여한 사업이 한국석유공사가 영국회사 ‘다나’를 인수 합병한 것인데, 이 규모가 3억배럴 이하였으니, 이번 사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자주개발률이 4%대에 머물러 있었으며, 지난 십수년간 계속 그 언저리에서 제자리걸음을 해왔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UAE 사업의 수주는 가히 획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를 더한다면 1980년대 말 국내 무연탄 산업의 구조조정 이후 오랜만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자족률이 총 에너지사용량 대비 10% 수준으로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성공의 가장 큰 역할은 물론 정부의 집중적인 사업 진행에 있겠다.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를 꾸준히 상향조정해 왔으며, 한국석유공사 대형화 사업 등에 막대한 정부 자금을 투자하였고, 또 대통령이 진두지휘 하여 집요하게 UAE를 설득한 점 등이 크게 작용하였다. 이른바 새로운 형태의 ‘패키지딜’을 정부가 성립한 듯하다. 한국 측 담당이 미래기획위원회인 것도 정부의 의지와 사전 기획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15%의 달성은 이제 일본이나 중국의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GDP 규모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상위에 있는 선진국가들은 대부분이 50%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자주개발률을 가지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도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선진국 형 경제구조의 핵심이다.  10% 수준의 에너지자원 자주개발률로는 국제시장가격이 변동할 때 마다 경제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번 UAE 계약은 아직 본 계약이 아니다. 대상 유전도 확정되지 않았고, 계약조건도 잘 모르는 상태이다. 원전 수주 때도 그랬지만, 미국 메이저 업체 등 선진국 기업들이 나름대로의 방책으로 견제에 나설 것이 뻔하다. 대비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홍보에 치중한 나머지 급하게 발표한 것이라는 언론의 지적은 적절해 보인다. 보다 기다려 더 좋은 조건으로 이끈 후 발표하여도 늦지 않은데, 결국 국가의 실익보다 다른 이유에 밀리고 말았다.

에너지 자주개발률의 향상, 특히 석유·가스 자주개발율의 지속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지속발전 가능한 자원개발 인프라의 구축을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에너지개발 전담기구의 설치 및 전담인력의 확보이다.  일본과 같이 자원개발담당기구(JOGMEC)을 두고 기획에서부터 지원, 인력양성, R&D 등을 총괄적으로 전담하도록 하여 에너지 정책의 성과를 극대화 하여야 한다. 현재의 구조로는 이번 UAE 계약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렵다.  첨단기술력의 확보도 중요하다. 이를 위한 R&D 투자에 보다 과감히 집중하여야 하겠다. 고해상도 탐사자료 분석 등 IT접목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첨단기술의 확보 및 이를 활용하는 기업의 육성을 통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자원개발기술서비스 산업을 육성하여야 할 것이다.  50% 자주개발률을 달성해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될 시대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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