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올봄 경남 양산 천성산에 도롱뇽과 산개구리 알이 천지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터널이 뚫리고 하루 50번가량 KTX가 드나듦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습지에서는 도롱뇽 알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천성산 내원사에 거처를 둔 지율스님은 '도롱뇽의 친구'로 통한다. 지율스님은 2003년 11월 터널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줄기차게 천성산에 도롱뇽이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알리기 위해 2002년 '천성산 살리기' 국토순례를 시작했다.

이후 천성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를 위한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하지만 도대체 왜 '그깟' 도롱뇽(법적보호동식물) 때문에 지율스님이 단식까지 감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싸늘한 반응만 돌아왔다.

정부는 도롱뇽이 살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두 번이나 밝혔다. 1994년 나온 환경영향평가서와 2003년 나온 지질학회의 보고서를 보면 천성산 현장조사에서는 양서·파충류 가운데 개구리만 있었다고 표기돼 있다.

2003년에는 살지 않았던 도롱뇽이 지난해 터널공사가 완료되자 나타난 것이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곳에 살던 도롱뇽이 이사라도 온 것일까.

이 웃지못할 해프닝의 이면에는 부실 환경영향평가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란 건설이나 지역개발 사업 등이 환경에 미칠 생물학적·물리적 영향을 사업 시행 이전에 미리 예측·평가하는 활동을 말한다.

환경생태 전문가들은 자연생태환경 분야는 사계절 조사가 기본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하지만 정작 현행 법률에서는 기간을 명시하지 않아 짧으면 두달, 길면 6개월 안에 이를 처리하는 게 관행처럼 돼 왔다.

때문에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동·식물의 서식와 생육 특성을 고려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절차의 효율화와 간소화를 위해 현장조사가 아닌 문헌조사로 대체할 수 있어 환경영향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율스님은 '고작' 도롱뇽의 생사 여부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공사에 들어가기 전 분명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지율스님이 공사를 계속 지연시켜 경제적 손실을 유발했다는 비난마저 들어야 했다.

개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몇 해 지나 확인 가능한 사실이 아니다. 터널이 뚫리고 KTX가 다니는데도 도롱뇽이 살고 있다고 해서 5년, 10년 뒤에도 도롱뇽이 계속 살 수 있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때 가서 도롱뇽이 사라져 비단 터널 공사와 KTX 때문이 아니라 기후변화 탓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도롱뇽의 환생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봄을 맞아 짝짓기에 분주한 천성산 도롱뇽이 주는 교훈이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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