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주년] 日 원전사고로 EU 재생에너지 기류 변화
[창간4주년] 日 원전사고로 EU 재생에너지 기류 변화
  • 조민영 기자
  • 승인 2011.04.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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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명연장 속속 중단…재생에너지용 전력망 구축 잰걸음

[이투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로 신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 유럽국가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앞서 독일과 스페인,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며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발생한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이런 기류가 재생에너지 확대지원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의 원전 수명 연장을 유보하거나 추가 계획을 보류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대체 도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너지·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원전 기술에 대한 투자 자신감이 시들해지기 시작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가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의 녹색투자 그룹 WHEB의 클레어 브룩 펀드매니저는 "(사고 이후) 대부분 다른 에너지주가 떨어진 반면 재생에너지 산업의 주가는 올랐다"며 "이러한 현상은 원유가가 최고치로 올랐을 때나 BP의 원유 유출 사고,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있을때나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원자력은 더이상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벌 트렌드 투자사의 탐 라이든 회장은 "일본의 재앙으로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친(親)재생에너지 정책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팩스 월드 인터네셔널 펀드의 캘러스 비스트리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때 안전 시설이 추가되면서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결국 대체에너지가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 캐피날의 루베쉬 매들라니 재생에너지 부문 애널리스트도 "최소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가 1~2년 정도 연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독일, 원전 수명 연장 결정 '번복'…태양광 주가 ↑

일본에서 전개된 원자력 발전 위기는 독일에서 정치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5일 독일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운영을 중단한 첫번째 국가였다.

안젤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노후화된 원전 7곳을 3개월간 잠정적 폐쇄한다는 결정은 내리면서다. 이는 17개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한다는 종전 결정을 뒤엎는 결단이다. 독일 정부는 3개월 동안 신규 안전 기준을 모든 원전에 적용하고 점검하기로 했다.

또 독일 의회에서는 노후 원전 수명을 12년 더 늘린다는 결정을 번복할 것인지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메르켈 총리의 중도우파 정부는 원전 수명 연장을 발표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재생에너지원으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동안 원자력으로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반대당을 설득했다.

이 결정은 2021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한다는 2002년 중도좌파 성격의 전 정부의 결정을 뒤집는 내용이다. 독일의 최근 결정에 이어 주변 국가들도 원전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스위스는 3개 원전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북해를 따라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유형의 비등수 원전 7곳을 운영하고 있는 핀란드도 원전 안전 기준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이 바뀌자 재생에너지로 향하는 투자가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독일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솔라월드 AG는 일본의 원전 사고로 최대 수혜를 입었다. 독일 정부가 7개 원전 운전을 중단하고 수명 연장에 대해 재고려 한다는 결정이 발표된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30% 이상 상승했다.

원자력 발전은 독일 에너지 공급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약 16%에 달한다. 독일재생에너지연합(BEE)의 디트머 슈워츠 회장은 "2020년까지 독일 에너지 수요의 47%를 재생에너지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독일에는 태양광 발전소 17GW가 설치됐으며, 작년에만 7GW가 추가됐다.

흐린 날이 많은 독일에서는 풍력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2009년 말까지 2만1164개 풍력발전기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5.7GW에 달하는 용량이다. 2025년까지 풍력은 전체 전력 생산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25GW 상당의 40개 해상용 풍력발전기가 독일 북부 해안을 따라 건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재주목에도 불구하고 전력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 러쉬, 전력망 없이는 무용지물

유럽의 전력망 개발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옥스포드 대학의 디터 헬름 경제학자는 "기본적으로 유럽 정부들은 전력망을 고려하지 않은채 풍력 건설을 허가했다"며 "풍력 개발에 돈낭비를 그만하던지 거대 전력망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최근 <클라이맷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럽이 전력망을 강화하고 지능화(스마트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향후 10년간 138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환경연구소 E3G의 닉 메베이는 "우리가 전력망을 건설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짓고 있는게 문제"라면서 "그러나 누가 전력망 건설을 지불할 것인지가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전력망 건설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상당량의 풍력 전력이 갈 곳 없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풍력연합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중반까지 집계된 것만 26GW이상의 풍력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유럽연합에서 1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세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실제로는 5GW만이 풍력으로 발전되고 있다. 바람이 많은 주말에 20GW이상 출력이 솟아오르면 전력망을 차단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갑자기 밀려오는 전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베이는 "현재 전력망으로는 많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독일은 1만7000km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경을 넘어선 전력망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독일이 국경을 넘어선 전력망 장치를 갖고 있으며 신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피레네 산맥 아래로 1.4GW 용량의 전력망을 건설하기로 했다.

해상용 풍력발전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영국은 해저 전력망 건설에 관심이 높다. 영국은 북해 풍력발전소에서 향후 10년내 30GW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체 전력의 4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등 9개 북유럽 국가들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북해 300억유로 전력망 건설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최근 진행 중인 모든 풍력 발전소 계획이 결실을 맺을 경우 20년내 100GW의 전력이 생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전력을 소화할 수 있는 전력망 건설도 시급한 상태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시장의 손에 넘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이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또 전력망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이루어 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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