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주년] "배출권거래제, 기업 합의 없인 불가능"
[창간4주년] "배출권거래제, 기업 합의 없인 불가능"
  • 김선애 기자
  • 승인 2011.04.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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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종환 한국탄소금융㈜ 대표]
"배출권거래제 시행 위해선 비용 드는데 기업 합의했나?"
세계 탄소시장 거래규모 2009년 기준 141조원 '큰 시장'

[이투뉴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탄소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탄소시장에 대한 논의는 사그라들었고 탄소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탄소시장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내뿜을 권리(탄소 배출권)을 사고 파는 시장을 말한다. 2000년대 후반 들어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탄소시장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시장이 '투기자본의 새로운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탄소시장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실제 세계 탄소시장의 거래규모는 2005년 108억달러(한화 약 12조원)에서 2009년 1263억달러(한화 약 141조원)로 4년만에 12배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지난 현재 EU의 성공을 보고 탄소시장에 희망을 품었던 나라들이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이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 2월말 한국도 제도 도입 시기를 2015년으로 미뤘다.

탄소시장이 실질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이라면 배출권거래제는 탄소시장의 장을 펼쳐주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검토하던 나라들이 머뭇거리고 있다는 건 탄소시장에 대한 시각이 전처럼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게다가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 1월 소위 '잘 나간다던' EU 탄소시장에 해킹사건이 발생한 것. 체코 국가등록소가 해커의 공격으로 2500만달러(한화 약 280억원) 상당의 배출권을 도난당했다. 탄소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장밋빛으로 가득했던 탄소시장이 서서히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기업, 온실가스 감축비용 지불의사 있나"

"한국은 아직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배출권거래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선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기업들이 여기에 합의했나. 문제는 시행시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사회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다."

노종환 한국탄소금융㈜ 대표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줄곧 반대해 왔다. "배출권거래제를 기본 바탕이 없이 도입하는 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무턱대고 제도를 도입하는 건 정책 낭비다. 학습 차원에서 이를 도입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돈(배출권)이 오가기 때문이다."

탄소시장이 형성되면 배출권 거래로 이익을 볼 기업의 대표가 탄소시장의 포문을 여는 배출권거래제를 반대하다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탄소금융은 증권사와 비슷한 일을 한다. 주식시장 대신 탄소시장에서 배출권 거래 중개인들이 배출권을 주식처럼 거래하고 투자한다.

노 대표는 동력자원부(현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30년 가까이 기후변화 대응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국내 탄소시장 전문가다.

최근까지도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2015년으로 시행이 연기된 배출권거래제를 두고 열띤 논쟁이 오갔다. 두 제도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한다는 큰 틀에서 보자면 같지만 방법론은 다르다.

"목표관리제가 각 기업에 계량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주고 목표 달성을 강제하는 일종의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면 배출권거래제는 각 기업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보장해주고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하는 '바텀업(bottom-up)' 스타일이다."

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을 받긴 하지만 목표 달성을 못하더라도 다른 기업이나 외국에서 배출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위한 선결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데는 EU 탄소시장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한 탓이다.

EU의 경우 산업체에는 느슨한 규제를 적용한 대신 발전업자들에게 높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할당해 산업체에서 발생한 배출권을 발전업자들이 사도록 설계했다. EU의 발전사들은 민간사업자들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기업이나 가정이 내는 전기요금으로 전가한 것. 하지만 "국내에서는 발전업자가 공공기관인데다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한 탓에 이같은 설계를 똑같이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모든 참여자가 선의를 갖고 최선 다해야"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래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예측(BAU)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목표관리제에서도 합리적인 목표치 설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감축 목표 설정에 있어 목표관리제보다 배출권거래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도 주장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잘못 설정하면 목표관리제에서는 해당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배출권거래제 하에서는 바로 돈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시장 논의의 배경인 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도 짚었다. "코펜하겐 회의는 기후변화 대응 방법론의 전환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코펜하겐 이전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정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지만 코펜하겐 회의(COP15) 때는 보다 현실적으로 모든 국가가 자발적 감축 목표를 내놓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그는 국가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기본적으로 모든 참여자들이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순위로 둘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제 기후변화 논의의 터닝 포인트를 2020년으로 보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기반을 둔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고 코펜하겐 회의 때 각 국가들이 감축 목표 연도로 정한 해기 때문이다. "2010년 코펜하겐에서 교토의정서에 대한 반성 논의가 일었듯 2026년이 되면 코펜하겐 합의에 대해서도 같은 논의가 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절충안이 제시되지 않을까 싶다. 탄소시장도 그에 맞게 재설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탄소금융은

2008년 10월 설립된 국내 1호 탄소배출권 거래 및 투자전문회사.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탄소펀드 연계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억원, ㈜후성과 ㈜휴켐스, KT&G가 각각 10억원씩 투자했다.

한국탄소금융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탄소 배출권 거래와 투자를 하는 민간기업이다.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하듯 탄소 배출권을 사고팔며, 직접 투자하는 일을 한다. 배출권도 주식처럼 선물, 옵션같은 파생상품과 현물로 나뉜다.

획득한 배출권(CER) 대부분은 프랑스 탄소 배출권거래소인 '블루넥스트'에서 거래한다. 블루넥스트는 현물 배출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한국탄소금융은 블루넥스트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상 온실가스 비의무감축국으로 분류돼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통한 배출권 거래가 활발하다. 한국탄소금융은 입도선매된 배출권을 제외하고 국내 기업들이 획득한 배출권의 거의 전부를 거래하고 있다.

현재 국내 CDM사업은 태양광이나 수력·조력·풍력 등 발전사업이 주를 이룬다. 한국탄소금융이 설립돼 그해 12월까지 석달간 배출권 거래 실적은 70만톤.
 
탄소 관련 사업의 구상과 설계에서부터 투자, 배출권 거래에 이르기까지 탄소금융의 원스톱 종합 서비스를 지향한다. 해외 주요 배출권 구매자, 투자자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다양한 영업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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