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설비 수명 연장 및 폐지 가닥 못잡아
2021년까지 기저부하 발전소 폐지 호남화력이 유일

▲ 화력발전소 발파해지 후 새로 건설한 영월복합화력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가 소유한 발전소 설비 이용률이 60% 대에 머물고 있다. 유연탄 화력발전 설비 이용률이 90%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발전 설비 이용률이 이 같이 저조한 이유는  설비 자체가 지나치게 노후화됐다는 것에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 남부, 서부, 중부, 동서발전 등 발전자회사의 평균 설비 이용률은 67.56%에 불과하다.

발전사별로는 중부발전이 52.07%로 가장 낮고 ▶동서발전 56.13% ▶서부발전 58.12% ▶남동발전 68.62% ▶남부발전 73.35% ▶한수원 88.98% 순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노후된 설비 폐지 못하나 = 발전사 입장에서는 설비가 노후됐더라도 발전소를 가동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노후 설비를 포함해 화력, 원자력, 민간 사업자들의 복합화력과 양수발전소 등을 포함한 전체 발전 설비의 공급 능력은 7569만kW에 불과하기 때문. 문제는 노후 발전소를 폐지하거나 가동하지 않으면 여름이나 겨울철 피크 전력이 발생할 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지난 1월 15일 발생한 최대 전력은 7130만8000kW를 기록했다. 이때의 예비력은 439만kW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한국전력이 수요관리를 실행한 결과로 전력거래소는 2008년까지 예비력을 600만kW 이상으로 유지한 바 있다.

전력거래소는 겨울철 전력 피크가 발생하고 공급 능력이 떨어지자 최근에는 400만kW 이상을 유지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예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 수요관리를 시행하고 100만kW이하로 떨어지면 가정용 전력부터 일괄 차단해 국가 주요시설에 전력을 우선 공급하게 된다.

1월 15일 전력 공급 사상 최대의 전력 피크가 기록됐지만 전력거래소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처음으로 겨울철 전력 사용량이 여름철 전력 사용량을 초과해 비상 상황을 일으킨 만큼 전력거래소는 현재 겨울에도 모든 발전소의 계획ㆍ예방 정비를 실행치 못하도록 제한하고 전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도록 지시한 상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정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발전소의 계획ㆍ예방 정비는 11월 이전으로 앞당기거나 3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며 "1월에는 모든 발전소를 가동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는 한파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남프랑스 프렌치 리베리아 지역의 송전망을 차단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으로 약 2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만약 전력 사용이 급증해 비상 전력 체제를 가동하면 가정용 전력 공급이 차단돼 추위에 떠는 주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철강, 전자 등의 산업계도 수천억원의 피해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고품질의 전력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며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을 경우 미세한 작업을 실행하는 설비에 이상이 생겨 품질에 악영향을 주고 설비에도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 발전소를 발파 해지하고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소요되기 때문. 건설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노후 설비를 폐지해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고 싶지만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소요되고 지역 민심을 달래는 작업도 펼쳐야 한다”며 “노후 발전소를 건설하는데는 대략 1~2년정도 소요되지만 지역 민심을 달래고 주민 설득의 과정을 거치는데만 수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 2021년 해지 예정인 호남화력발전소 전경.

 

◆2021년까지 유연탄 발전소 2기 폐지=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는 2022년까지 발전소 폐지 계획은 19기에 불과하다. 19기 가운데에서도 유연탄이나 무연탄 등의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있는 발전소는 호남화력이 유일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까지 폐지할 발전소는 ▶보령복합 3, 4호기 ▶여수화력 1호기 ▶남제주내연 1~4호기 ▶영남발전1, 2호기 ▶제주복합(가스터빈) 3호기 ▶서울화력 4, 5호기 ▶호남화력 1, 2호기다.

호남화력도 오는 2022년께야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한전 발전자회사가 보유한 20년 이상된 화력발전소는 전체 189기 가운데 35기에 달한다. 전체 설비의 18.5%를 차지하는 셈. 이 가운데 노후 설비에 대한 연장공사를 마친 발전소는 25기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발전설비 노후화는 설비의 신뢰도 및 안정성 저하를 초래하고 열 효율 및 성능 저하를 유발해 발전설비 이용률을 낮춘다”며 “또 발전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노후 설비를 교체하거나 수명 연장 공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교체기간 동안 장기 발전 정지에 따른 수익 감소가 우려됨에 따라 발전사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발전정지 기간과 자금조달 계획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발전사들은 철저한 노후설비 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연료비 원가가 저렴한 기저설비의 이용률이 높을 수록 전력계통의 발전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발전 회사 입장에서도 발전소의 이용률을 높일 수록 전력판매수익이 증대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운영자금 및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 이용률 낮아도 세계 최고 수준= 한편 이 같은 난항에도 국내 발전소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발전소 이용률은 2007년 기준 ▶한국 67.9%, ▶프랑스 53.6%, ▶영국 52%, ▶미국 47.4% 순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나라는 대만 뿐이다. 대만은 84.9%가량의 설비를 이용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의 설비 이용률은 프랑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보다 높다”며 “노후 발전소를 제외한 설비 이용률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효정 기자 hy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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