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책이 바로 설 수 없는 구조… 정보관리부재ㆍ예산낭비ㆍ해외정보부재

공들여 확보한 일부 에너지 정보와 통계가 아무도 모르게 사장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인 정보와 통계가 각 기관에 산재해 있어 제대로 통합 관리하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또 해외 에너지관련 정보와 통계도 해외 민간 컨설팅업체에 의존하는 수준이다. 국가 에너지정책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미흡하다고 지적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기관은 필요에 따라 특정 전문분야의 에너지 정보와 통계를 만든다. 예컨대 석유관련 부서는 석유 관련 자료를, 원자력관련 부서는 원자력 정보와 통계를 만들거나 수집한다. 문제는 이 정보와 통계를 한데 모아 공유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현안에 따라 필요할 때만 해당 부서에 요청해 정보나 통계를 공유해왔다. 그나마 정책을 세우거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수집했던 일부 정보와 자료가 사장되기도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고위간부는 “에너지 정보와 통계 관리 도중 일부 통계가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에너지 수급전망을 위해 필요한 세부적 정보와 통계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정보·통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자칫 동일 정보나 통계 결과에 대해 이중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예컨대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한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주어 정부가 그해 에너지 수급전망에 대한 정보와 통계를 얻었다고 하자. 일정기간이 지난 후 동일 분야에 대한 세부연구나 보완된 정보가 필요해 또 공개입찰을 통해 연구기관을 선정할 수 있다.

이때 두 연구기관이 다를 경우 동일 분야에 대한 정보나 통계가 연속성을 잃는 것은 물론 예산도 이중으로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 정보와 통계를 관리·분석하는 기관이 제각각이어서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마디로 표준이 없다는 말이다. 에너지 정보와 통계를 담당하는 산업자원부 직원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적인 지식과 장기적인 계획 없이 관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 에너지 정보와 통계 수집에도 아마추어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정부는 해외 정보와 통계를 외국 민간 컨설팅업체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잘못된 정보와 통계를 받아도 이를 확인할 장치가 없어 우리나라의 해외 에너지자원개발 정책이 부실해질 수도 있다.

 

에경연, 내년 에너지 정보ㆍ통계센터 설립

 

한편,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외 에너지 정보와 통계를 통합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07년 '에너지 정보·통계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만든 설립 안은 산자부의 손을 거쳐 현재 기획예산처가 예산안을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은 5개 부 10개 팀에 37명의 인원에 총 22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학배 산자부 에너지자원정책팀 주무관은 “미국의 통계청처럼 에너지 통합ㆍ분석ㆍ수급에 대한 통계를 작성해 각 기관에 온라인으로 정보ㆍ통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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