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에너지화' EU-美 다른 관점 접근

[이투뉴스] 쓰레기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불을 밝힌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시애틀은 흐린 날이 많아 태양광 대신 매립지 메탄가스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선택했다. 풍력발전보다 발전 소요단가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시애틀은 지난 19년간 연간 200만톤의 쓰레기를 오레곤 주에 있는 컬럼비아 리지 매립지로 보내왔다. 상시운행 쓰레기 운송트럭을 갖출 정도였다.

최근에는 쓰레기 40톤을 기차에 실어 매립지로 보내기 시작했다. 컬럼비아 리지 매립지는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포획, 발전소에서 전기로 만들어 시애틀에 판매하기로 했다.

발전소는 5.78MW의 전력을 시애틀에 공급할 계획이다. 5625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애틀의 대표적인 전력사 시애틀 시티 라이트는 수력발전을 주로 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량을 239MW까지 높여야 한다.

2006년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된 이니셔티브 937조항에 따라서다. 이 조항은 대형발전소들이 2020년까지 전력의 15%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애틀은 쓰레기 뿐 아니라 하수와 오물 처리 공정에서 나오는 소화가스를 전기 생산에 이용할 계획이다. 시애틀 킹카운티는 주정부가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을 2억갤런의 하수처리와 연간 90만톤의 쓰레기를 매립하는데 사용했다.

그러나 소화가스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로 하수를 관리하면 연간 4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시애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대부분의 주는 쓰레기를 에너지화 하는데 유럽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연간 2억6000만톤에서 4억1000만톤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7%만이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 약 60%는 매립된다. 반면 여러 유럽국가들은 지역 쓰레기의 절반 가량을 소각해 전기와 증기 생산에 이용해 가정과 사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유럽 국가에서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소각은 환경받지 못했다. 대기오염 탓이 제일 컸다. 그러나 현재 소각로에서 배출되는 배출가스는 정부 환경보호청이 규정하는 기준보다 훨씬 낮다.

금속과 오염원을 거르는 복잡한 필터를 개발하고 고온 소각으로 유독 다이옥신 배출을 줄이면서다.

550만 인구의 덴마크는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소각발전소 27곳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버밍엄은 현재 20만명의 주민들에게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두 번째 소각로를 건설하고 있다.

쓰레기의 60%를 재활용하는 벨기에도 재활용하고 남은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다.  2009년 기준 유럽 연합은 이런 소각 발전소 429곳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근처에 건설된 소각발전소들은 전기 뿐 아니라 증기를 근처 건물들의 난방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유럽에서 소각장 건설이 확대되는 동안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각장은 문을 닫았다. 이 소각장을 운영했던 코반타(Covanta)사는 경제적인 이유로 소각장 폐쇄를 결정했다. 또 수년간 소각 반대를 외쳤던 환경 단체들의 강력한 항의에 지친 이유도 있었다.

미국에서 40개 소각장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코반타는 하와이에 소각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 주와 벤쿠버에 사업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레간 코반타 대변인은 "쓰레기 소각에 대한 미국의 비판적인 시각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에서도 소각이 쓰레기 처리 방법으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1980년대 쓰레기 포화상태의 매립지에 대한 해결책으로 각광받았다. 일부 지역에서 큰 비용을 들여 소각장을 지었으나, 소각로에서 나오는 연기에 유독 다이옥신이 가득했다.

이후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1980년대 이후 도심에서 배출되는 고체 쓰레기의 10% 이하가 재활용됐으나 2009년 재활용 비율을 34%까지 높아졌다. 80년대 배출된 쓰레기의 89%가 묻혔던 매립지에는 최근 약 60%만이 매립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70년대 토지 부족으로 쓰레기 매립에서 소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앤더스 댐가르드 연구원은 "덴마크에서 주민 쓰레기의 96%는 매립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소각은 에너지 생산 목적보다는 매립 공간 부족때문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소각해 에너지로 이용하는 유럽 국가로는 활용 토지가 부족한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스위스 등이 있다. 이 국가들은 지난 30여년간 쓰레기를 에너지화하고 대기 오염도를 낮추는 기술에 집중 투자했다.

쓰레기 매립으로 지하수 오염과 메탄가스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이웃 국가들도 서서히 소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술 투자로 쓰레기 소각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도는 크게 낮아졌다. 조셉 데카롤리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쓰레기를 에너지화하는 시설에 대한 EPA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오염원 배출수준은 표준보다 상당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대부분 EPA가 제한하는 수준의 절반 이하만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염원 관리에 드는 높은 비용은 미국에서 소각로 확장의 주요 장벽이 되고 있다. 매립이 훨씬 저렴하고 방법도 수월해 소각이 외면받고 있는 것.

데카롤리스 교수는 "유럽에서 쓰레기 소각과 에너지 전환에 반대하는 움직임의 거의 발견할 수 없다"며 "환경단체들은 쓰레기 에너지화에 대해 실행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것을 하지 않으면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광활한 토지를 갖고 있다"며 "미국도 매립할 공간이 부족했다면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쓰레기 매립은 메탄가스와 지하수 오염 등 환경적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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