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고장(정지) 건수 24건 넘어서
베스타스·유니슨 일부기종 고장 잦아

▲ 전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가운데 일부 기종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베스타스.

[이투뉴스]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3시께 제주도 구좌읍 행원리 풍력발전단지.

제주도가 203억원을 들여 1998년 설치한 750kW급 베스타스 풍력발전기(풍력터빈) 15기 가운데 한 기(2호기)가 화염에 휩싸였다. 낡은 브레이크 유압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강풍에 멈춰서 있어야 할 날개가 제멋대로 고속회전하다가 불이 붙은 것이다.(사고조사단 원인분석 결과)

불은 낫셀(터빈외부)을 태운 뒤 40여분만에 자연 진화됐다. 하지만 통제불능 상태로 돌아가던 이 발전기는 결국 과도한 회전력을 버티지 못하고 기둥(타워)을 부러뜨리며 인근 양식장을 덮쳤다. 풍력터빈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곳 풍력단지에 설치된 풍력터빈들은 사고 이전에도 수시로 고장이 나 멈춰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최근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실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입수에 <이투뉴스>에 제공한 '국내 풍력발전설비 조성현황 및 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해당 풍력단지에서 발생한 고장사고는 6건이 더 있다.

어떤 풍력터빈은 날개(블레이드)가 파손됐고, 오일쿨러 등 중요부품이 고장나 터빈자체를 통째로 교체한 발전기도 있다. 또다른 터빈은 수리가 어려워 완전 철거된 뒤 새 것으로 설치됐다. 재가동까지는 보통 3~4개월이 걸렸다.

김정훈 의원은 "국내 풍력발전기 사고 및 정지건수의 90% 이상은 외국산"이라며 "외산의 경우 부품수급과 기술자 파견 등의 문제로 정상 운영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도에서 화재사고가 난지 불과 일주일이 흐른 지난해 11월 2일.

이번엔 남동발전 인천 영흥화력발전단지에 조성된 풍력 실증단지의 한 국산 풍력터빈에서 자체결함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사고기록으로도 남지 않은 이 화재로 2MW급 유니슨 터빈이 2시간만에 전소됐다. 설치된지 채 1년이 안된 새 발전기였다.

앞서 유니슨은 이 실증단지에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등과 자사 풍력터빈 1기씩을 설치했다. 국산터빈 실적확보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국산화 지원사업의 일환이었다. 이들 3개사는 앞으로 1~3기의 풍력터빈을 추가 납품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시 사고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이전에도 해당기종이 말썽을 부려 부품교체가 잦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설치된 일부 풍력터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누적 사고(정지) 건수가 24건을 넘어섰고, 제구실을 못해 철거된 풍력터빈도 2대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일부 불량 풍력터빈이 그린에너지 시설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사고집계 자료에 따르면, 태백시가 124억원을 들여 조성한 매봉산 풍력단지에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0건의 크고 작은 사고(정지)가 났다. 이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3건의 고장은 현재까지 수리가 완료되지 않아 그대로 멈춰서 있다.

제조사별 고장건수는 베스타스와 가메사가 각각 5건. 특히 가메사 기종 중 1기는 3차례나 고장이 나 현재까지 수리를 받고 있다. 

화재사고가 난 행원풍력단지도 말썽이 잦은 곳이다. 2009년 7월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고장 및 정지사고는 모두 7건이며, 이 가운데 2건은 수리가 불가능해 터빈자체를 교체했다. 모두 베스타스가 납품한 750kW급 모델이다.

베스타스의 또다른 풍력터빈은 강원도 삼양목장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강원도가 60억원을 들여 3기의 유사기종을 설치했는데, 1~3호기 모두 한번 이상 고장을 일으켰다. 1기는 아직 수리도 안 끝났다. 1998년 울릉도에 설치된 600kW급 모델은 2000년 멈춰선 뒤 3년뒤 벼락까지 맞아 고물로 방치되고 있다.

국내 특정업체의 풍력터빈도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강원도가 60억원을 들여 영월군 영월읍 거운리 접산에 설치한 유니슨의 750kW급 3기는 지난해 11월 변압기와 발전기가 고장나 수리를 받고 있다. 안산시 누에섬에 설치된 동일기종은 2년전 태풍에 수배전반이 파손돼 수리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영흥화력에서 불에 탄 2MW급 신형은 통째로 새로 납품된다. 이 회사의 2개 기종(750kW, 2MW급)은 모두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 받았다.

전체 풍력발전 사고(정지) 24건(1건 누락) 가운데 외산의 비율이 90% 정도다. 특정 외산 모델의 고장률이 높은 것도 이유지만,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국산터빈을 외면해 보급량이 자체도 많지 않다.

김 의원은 "핵심부품 국산화와 함께 지자체가 추진하는 풍력단지 조성사업 설비 발주시 정부가 국산 풍력제품을 보증해 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전국 풍력단지에 대한 안정성 및 효율성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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