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낭비·생태계 교란 심각, '빛공해 방지법안' 아직도 국회 계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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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1. 거제도에 사는 김모씨. 최근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생겨 교통이 매우 편리해졌다. 하지만 다리 경관조명으로 하늘이 뿌옇게 변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선명한 별자리가 일품인 동네였는데 마치 도시의 하늘이 돼 가는 것 같다고도 했다. 김씨는 조명 밝기를 줄이거나 조명 각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다. 맑았던 거제도의 하늘이 너무 밝은 다리 경관조명으로 도시처럼 병들어 가고, 별을 볼 수 없다고 푸념했다.

#2. 농촌에 사는 장모씨. 집 아래 소를 키우는 축사가 신축됐다. 축사가 들어온 이후부터 장씨의 부모님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밤새도록 켜져있는 축사의 서치라이트 때문이다. 그 빛이 안방까지 들어와 수면을 방해한다고 했다. 축사 주인은 CCTV 때문에 서치라이트 사용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사람은 어떻게 하냐"며 불편을 토로했다.

최근 환경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광판, 간판, 업무시설, 숙박시설 등의 표면휘도(건물표면 밝기)가 국제기준보다 2.4~13배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휘도는 조명기구에 의해 투사되는 빛이 건축물 표면에 반사되는 빛의 밝기 정도를 말한다.

경기도 시흥시 모텔촌의 경우 표면휘도가 최대 327cd/㎡로 기준치(25cd/㎡)의 13배에 달했고, 동대문쇼핑타운의 '헬로apm', '두타' 등 복합쇼핑건물도 표면휘도가 212cd/㎡로 8.5배나 초과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2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관리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 시행한다면 가로등만해도 연간 전략사용량의 46%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빛공해란 과도한 조명 사용으로 생태계 교란은 물론 에너지 낭비, 수면 방해, 교통사고 등을 유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도시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빛공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빛공해 방지법' 등을 제정해 규제를 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관리 조례'를 제정했으며 지난 1월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하지만 제재조항이 없어 이마저도 유명무실한 조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09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빛공해 방지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심사에 계류 중이다.

주대영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빛 공해로 인한 분쟁 피해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법제화가 안 돼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늦었지만 빛공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노위 야당 소속 의원들의 파행으로 이달 중 법안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성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 김봉겸 보좌관은 "노동분야 문제로 야당의원들이 법안소위 불참의사를 밝혀 모든 법안 통과가 지연될 예정"이라면서 "6월에 다시 법안 통과를 기대해 봐야겠지만 그 또한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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