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 공학박사 /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 강원대 초빙교수 / 울산대 겸임교수

조길영 공학박사

[이투뉴스 / 칼럼] 1979년 3월 28일 새벽 미국 펜실버니아 주의 쓰리마일 섬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핵발전 찬양론자들은 “핵발전 사고는 100만 년에 한 번 있을가 말까 한다. 핵발전소는 초콜릿 공장보다 더 안전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핵발전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환경적이고,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아왔다. 하지만 1986년 4월 26일 새벽 구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가 녹아내리는 대형 폭발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러시아 당국은 1995년 발표를 통해 “체르노빌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의 50배에 달하고, 사고 이후 약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난지 25년이 흘렀다. 하지만 체르노빌의 대재앙을 까맣게 잊어버리기라도 한듯,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은 핵발전소를 경쟁적으로 건설해왔다. 특히 일본은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묵살한 채 지진을 몰고 오는 환태평양 지각판 위에 핵발전소를 무차별적으로 건설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진도 9.0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6기를 강타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써 이번 참사는 핵기술의 과신이 불러온 가장 전형적인 인재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신라 혜공왕 15년 3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가옥들이 무너지고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밖에도 한반도에 크고 작은 지진이 수없이 발생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이것은 한반도가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더구나 환태평양 지각판과 유라시아 지각판이 한반도를 향해서 계속 파고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화산 폭발과 지진이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런데 현재 가동 중인 우리나라의 21기의 핵발전소 모두 내진 설계 기준이 6.5이하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냐하면 신라 혜공왕 때 발생한 지진이 진도 7.0규모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고리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바로 이번에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을 모델로 제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월성 1호기는 내년 11월, 30년의 설계 수명 종료를 앞두고, 10년 연장을 전제로 이미 3,000억 원을 투입하여 원자로의 핵심 배관을 모두 교체했다. 최근 조사 결과, 근처 주민들의 체내 방사능 물질, 삼중수소 농도가 경주 시내 주민들보다 25배나 높은 걸로 나타났음에도 수명 연장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추가 건설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핵발전소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보다 근본적인 에너지 인보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첫째, 현재 세계에서 국토 단위 면적당 핵발전소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현재 가동 중인 세계 핵발전소 442기의 분포는 미국 104기(1기/9.26만km²), 프랑스 58기(1기/0.94만km²), 일본 54기(1기/0.7만km²), 러시아 32기(1기/53.36만km²), 한국 21기(1기/0.48만km²) 순이다. 단위 면적당 대한민국이 일등이고 일본, 프랑스, 미국, 러시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둘째, 우리 국민의 90퍼센트 이상이 핵발전소로부터 직선거리 300km 안팎의 거리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로부터 250km 떨어진 도쿄의 수돗물, 채소, 우유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각종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만일 일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 국민 대다수가 방사성 물질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는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어 육로를 이용한 피난길도 봉쇄되어 있다.

셋째, 원전은 가장 싸지도 않고, 가장 안전하지도 않으며, 가장 반환경적인 에너지라는 사실이다. 2009년 기준 한전에 파는 화력발전소 1kWh당 단가는 51원인데 핵발전소 단가는 39원이다. 이것은 핵발전소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가보도처럼 휘둘러온 가장 유력한 근거이다. 하지만 이 단가에는 원전 1기당 해체ㆍ철거비(황일순 서울대 교수는 6,000억원 이상 추정), 사용후핵연료 처리비(2009년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시행 이후 정부에 매년 2,500억원을 납부하고 있으나, 2008년까지 발생 처리비 3조6,000억원은 미납), 핵발전소 및 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비용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지금도 유령의 도시로 폐허가 된 체르노빌이 말해주고 있듯이, 한번 대형 사고만으로도 그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당시 피폭 주민들은 지금도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2세까지 불치의 병을 물려주고 있다. 이처럼 핵발전소는 순간은 달콤하지만, 영원히 엄청난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다.

1979년 스리마일 섬, 1986년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3월 후쿠시마 등의 핵발전소 참화가 준 교훈을 잊은 채 기존의 낡은 에너지 시스템을 계속 고집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일등 국가 대한민국은 육로 피난길마저 막혀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보다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에너지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결행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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