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기름값 할인에 자가폴주유소(정유사 상표 없이 영업하는 주유소)만 외면받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 26일 휘발유값을 100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 111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가폴주유소는 이 명단에 단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7일부터 시행된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조치로 정유사폴을 달지 않은 자가폴주유소가 역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계열 주유소에게만 리터당 100원 인하된 공급가로 납품해 자가폴주유소의 판매가격이 오히려 높아졌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자가폴주유소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인데 정유사의 횡포로 차별받고 있다”며 “심지어 구매물량마저 통제당하는 등 힘없는 자가폴주유소가 정유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등을 이용해 인근의 기름값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해왔던 자가폴주유소의 기름값이 주변 주유소보다 비싸진다면 소비자들이 기름값이 더 싼 주유소로 핸들을 꺾는건 당연한 일이다. 힘없는 자가폴주유소의 몇 안되는 강점이었던 저렴한 가격마저 빼앗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이달초 석유시장의 경쟁촉진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6%에 불과한 자가폴주유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자가폴 주유소 협의회’를 설립해 공동구매를 지원하는 등 자가폴주유소를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자가폴주유소를 포함한 모든 주유소에서 신용카드 할인혜택이 제공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이미 발표됐거나 시행 중인 방안일뿐이다.

많은 소비자가 자가폴주유소의 품질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단순히 ‘싼 주유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과거 가짜석유를 팔다 적발돼 정유사 폴을 박탈당한 일부 주유소가 자가폴주유소로 다시 문을 연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고유가 속에 보다 저렴한 석유를 팔기 위해 자가폴주유소로 돌아서는 사업자도 적지 않다.

경기도에 위치한 모 자가폴주유소 사장은 “과거 정유사 폴을 달고 영업하기도 했지만 공급가나 물량 등에 있어서 정유사의 횡포가 심해 자가폴로 돌아섰다”며 “처음 자가폴주유소를 열었을 당시 질 낮은 석유를 파는게 아니냐는 손님들의 의심이 많아 일일이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가폴주유소의 인식전환을 위해 한국석유관리원은 지난 1월부터 석유품질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5개 자가폴주유소와 협약을 맺고 석유제품 품질을 관리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현재 전국에 영업 중인 자가폴주유소의 숫자가 614곳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적은 수치다.

석유관리원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정부지원은 부족하다. 여기에 정유사의 차별행위가 더해져 요즘 자가폴주유소는 그야말로 ‘아사직전’이다.

자가폴주유소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과연 얼마나 지켜질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

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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