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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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 사설]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던 삼성과 LG그룹, 한화그룹 등이 드디어 폴리실리콘 시장에 진출한다.(본지 4월25일자 보도) 폴리실리콘은 산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와 태양광 모듈의 기초원료. 규사를 전기로 용해시켜 순도 높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1톤 능력을 갖추는데 시설투자가 1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대규모 투자이기 때문에 사실 삼성이나 LG그룹 등이 그동안 좌고우면해온 이유다. 국내에서는 동양제철화학의 후신인 OCI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독일의 바커와 미국의 헴록 등과 함께 빅3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OCI는 후발주자를 완전히 따돌리려는 듯 최근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1조8000억원을 들여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5공장을 건설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2013년말까지 연산 8만6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폴리실리콘 업체로 등극할 수 있다.

폴리실리콘 제조업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유발하는 반면에 영업이익률이 무려 30%를 넘는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남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 바로 이런 점에서 대기업들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OCI외에 KCC(6000톤), 웅진폴리실리콘(5000톤), 한국실리콘(3000톤) 등이 가동중이며 삼성이 1만톤, LG화학 5000톤, 한화케미컬이 1만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개사가 가동중인데 이어 굴지의 재벌기업 3개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SK케미컬도 시장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너도나도 다퉈가며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나름대로 사업성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의 대기업 투자행태에서 보듯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행여 중복 과잉투자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되는 듯 싶으면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나중에는 큰 손해를 입고 나아가서는 국가경제에도 부의 영향을 끼쳤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석유화학산업도 한때 지나친 과잉 투자로 수년동안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자동차산업만 하더라도 삼성과 쌍용그룹이 뒤늦게 합류했다 실패한 경험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적인 폴리실리콘 시장 진출도 이런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태양광 산업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할 정도로 발전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태양광 모듈이 모두 폴리실리콘만을 원료로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모듈을 어떤 재료로 써서 보다 값싸게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가격 앞에 그 어떤 강자도 없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품질 높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느냐가 사활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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