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도심권 이전 반대 현수막…방폐公은 환영 분위기
“정치싸움에 양북 주민만 당했다…반드시 양북에 지어야”
[이투뉴스] “저짝에 한수원이라고 서울서 공기업 본사가 들어온다 캐서 식당을 열었어예. 쪼매만 더 기다리면 장사가 아주 잘 될겁니데이.”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종신) 본사가 들어서기로 한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105번지 인근 4호선 국도변에 위치한 한 식당 업주는 한수원 본사가 들어서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주말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2차선 지방도로변에 위치한 특성 탓인지 식당안에는 손님이 단 한명도 없었다. 기자가 앉아있던 한시간여 동안 같은 건물 한켠에 차린 간이 편의점에만 두어명의 손님이 찾아와 담배나 생수 등을 구입했을 뿐이다.
식당 업주에게 한수원 본사의 도심지 이전문제를 묻자 “정치싸움에 양북주민만 놀아나고 있다”며 “그래도 결국 한수원 본사는 양북으로 오게 돼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한수원은 당초 2014년 9월까지 양북면 장항리 105번지 일대 15만7142㎡ 부지에 본사 신사옥을 건설키로 했다.
현재 양북 본사이전 예정지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마치고, 부지매입도 약 80%가량 마친 상태다.
하지만 최근들어 본사가 들어서기로 한 양북면의 주변환경탓에 경주보다 울산광역시에 경제적 실익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도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한수원이 입주하기로 한 곳은 교통 근접성이 떨어지고 산 속에 위치해 적절치 않다”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다른 적절한 곳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경주시내에서 양북면 한수원 본사이전 예정지로 가는 길은 왕복 2차선의 국도 4호선이 유일하다.
경주역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한수원 본사가 들어설 양북면 장항리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은 30분간 보문단지를 거쳐 약 21㎞를 이동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막상 운전해보니 안내보다 10여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 구간이 워낙 산세가 험해 마치 강원도 고개를 넘듯 구불구불한 언덕이 많아 최고속도 시속 60㎞ 구간이었지만 제속도로 달리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과 경주-감포간 2공구 도로공사가 한창인 탓에 대형트럭들이 제속도를 내지 못해 오르막마다 정체구간이 생겼다.
도로확장도 사실상 어렵다. 국도 4호선은 경주국립공원과 덕동호 인근 상수원보호구역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확장공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힘겹게 양북면에 진입하자 도로 곳곳에서 한수원 본사의 도심지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수원 본사가 들어설 장항리 105번지 일대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부지’라고 쓰여진 간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주민들은 간판 주변에도 한수원 본사를 사수하고 최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놨다.
한수원 본사 예정지인 동(東)경주지역 중 양북면을 제외한 인근 양남면과 감포읍은 도심권 이전에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본사가 들어설 양북면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한수원 직원들도 도심지 이전을 내심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양북면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한수원 본사 위치를 다른 곳으로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한수원도, 경주시도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 본사의 현 위치 사수를 주장하는 양북면 비상대책위원회는 방폐장 유치에 대한 댓가로 한수원이 들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도심지로 이전한다면 방폐장 공사 중단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 반대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경주 주민간의 갈등으로 본사 이전부지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짐에 따라 한수원은 기존에 계획했던 양북면에 신사옥 부지를 고수하던 도심지로 변경하던 당초 계획했던 2014년까지 본사를 이전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반면 지난달 경주로 본사이전을 모두 마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지역민들로부터 환영받는 분위기를 자아내 한수원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주시내 곳곳에 방폐공단의 본사이전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방폐공단도 지역민과 융화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TV를 켜면 지역방송 광고마다 방폐공단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양북면을 비롯한 방폐장 부지 인근 지역에는 방폐공단이 공원 등을 조성했다.
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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