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SK에너지 특혜위해 위법사항 한시적 묵인
할인가격 크게 표시, 2090원이 1890원으로 둔갑

[이투뉴스]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자가용을 몰고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난감한 경험을 했다.

A씨는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국도변 주유소 가격표시판을 유심히 살펴가며 휘발유를 리터당 1890원에 판매한다고 적혀있는 SK에너지 주유소를 찾아 주유를 시작했다.

이미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SK에너지 주유소는 리터당 100원씩 사후할인되기 때문에 리터당 1790원에 주유될 것으로 기대했던 A씨는 주유를 마치고 받은 영수증을 보면서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영수증에 적힌 휘발유 단가는 리터당 2090원이었던 것이다. 주유원에게 항의하자 주유원은 “나중에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보면 리터당 100원씩 할인돼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100원 비싸지 않느냐는 항의에 “제휴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해당 주유소는 실제 판매가격보다 200원 내린 가격을 가격표시판에 표기한 것이다. 결국 주유소의 가격표시판에 적힌 기름값은 지난달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정유사의 기름값 할인과 제휴카드 할인액을 모두 반영한 ‘할인금액’이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부터 오는 7월 6일까지 한시적으로 주유소 가격표시판에 할인가격을 정상가격 글자크기보다 크고 높은 위치에 표시할 수 있도록 ‘가격표시판의 할인가격 표시방법’을 변경했다.

정유사 제휴 신용카드를 이용해 주유할 경우 카드사와 종류에 따라 최대 3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어 실제 기름값보다 300원 내린 가격을 가격표시판 가장 높은 곳에 큰 글씨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이에따라 현금을 이용하거나 일반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할 경우 주유소 가격표시판에 적힌 금액보다 리터당 최대 300원까지 비싼 돈을 주고 기름을 넣게 됐다.

이같은 가격표시판 할인가격 표시방법 변경은 지경부가 지난 1월 17일 개정 고시한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을 스스로 뒤엎은 것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장은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의 선봉에 나섰던 SK에너지만 할인방식이 달라 매출에 지장이 생기자 정부가 나서서 편의를 봐준 것”이라며 “특정 정유사의 이익을 위해 전체 주유소시장을 흐려놨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SK에너지를 위해 표시방법을 변경했지만 다른 정유사 소속 주유소도 상대적인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할인가격을 크게 적을 텐데 결국 피해는 가격표시판만 믿고 주유한 소비자만 입는다”고 지적했다.

또 정유사의 한시적 가격할인이 종료되는 오는 7월부터 가격표시판 표시방법도 다시 원상복귀돼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김 지회장은 “기름값 할인이 끝나는 오는 7월이 되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기름값에 가격표시판에도 다시 원가를 표기해야 하는데, 이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인상폭은 실제 인상금액인 100원보다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수 기자 anthony@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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