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전력거래소 입장 '팽팽'…하반기 재격돌 '뇌관'
전력거래소 "직구매가 낮춰 소비자선택권 보장해야"
한전 "인위적 제도 개선, 시장왜곡해 혼란만 부추겨"

[이투뉴스] 최근 전력 직접구매제도 개선안 도입을 둘러싸고 충돌했던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하반기 재논의를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전력 직접구매제도는 3만kVA 이상 대규모 전기사용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03년 1월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전력시장의 시장가격보다 한전 전기요금이 훨씬 싸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한 상태.

전력거래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말 열린 규칙개정 실무협의회에 개선안을 상정하려 했다. 과도하게 높은 직접구매가를 한전 요금수준으로 낮추고 불합리한 시장요금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지만 판매부문 개방을 우려한 한전의 강한 반발로 보류됐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3년만 해도 직접구매자가 부담해야 할 단가는 시장구매가격과 거래수수료, 송전요금 등을 합해 kWh당 70.97원이었다. 같은해 한전의 일반용(을) 고압B 요금 평균치인 kWh당 80.53원, 교육용 고압B 요금평균 73.33원보다 저렴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05년부터 역전돼 2009년 직접구매자의 부담단가는 126.04원에 달했다. 반면 한전의 전체 평균판매단가는 83.57원에 머물고 있어 제도시행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이는 해가 갈수록 해외에서 들여오는 발전연료 비용이 치솟으면서 계통한계가격(SMP) 급등으로 직접구매대상자의 시장구매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이에 반해 한전은 정부의 압박으로 요금인상을 억누르면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현재 직접구매대상자 수는 지난해 12월말 사업소 기준 코엑스, 삼성에버랜드, 현대아이파크몰 등 일반용 21곳을 포함해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2곳 및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제철 등 산업용 358곳으로 모두 381곳.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전력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고 있는 수용가는 단 한 곳도 없다. 굳이 요금이 저렴한 한전을 놔두고 전력시장에서 구입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현행 용도별로 동일한 가격체계로 돼 있는 직접구매 가격체계를 한전 요금방식처럼 용도별 차등제로 전환하고 가격산정방식도 거래시간별 시장정산단가로 개선하도록 하는 안을 내놨다. 거래수수료도 낮춰 직접구매가격을 한전 수준으로 대폭 떨어뜨리겠다는 구상이다.

전력거래소는 실시간 요금제가 핵심인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경직된 계시별 요금제보다는 수요관리에 탁월한 실시간요금제 시행을 앞두고 이와 유사한 직접구매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전의 반발은 거세다. 판매부문 개방과 연결되는 사안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구매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직접구매자에게도 SMP 보정계수를 적용해야 한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에만 적용되는 보정계수를 제3자에 의한 거래관계에 도입하면 전력시장이 더욱 왜곡될 소지가 크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한전 입장에선 무엇보다 직접구매제가 활성화할 경우 대용량 고객 이탈로 영업이익 감소가 걱정이다. 직접구매제보다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 현실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대용량 고객에 대한 특혜 시비도 논란거리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보정계수 적용문제는 한전과 발전사 간 모자관계에서나 가능하다고 보지만 대용량 고객은 해당사항이 없다"며 "용량이 적은 고객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한전의 적자를 가중시키면서까지 일부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와 관련산업 활성화 논의도 좋지만 이를 위해 판매부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할 수 없다"며 "시장의 시그널(신호)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이지 막무가내로 스마트그리드가 좋으니까 한전 독점부터 풀자는 건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고 덧붙였다.

전력거래소는 내용을 일부 보완해 오는 10월 실무협의회에 재상정한다는 계획이지만 한전 입장이 강경한 이상 논의는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안건이 보류된 이후 양측 입장이 달라진 건 없다"며 "좀 더 고민해서 문제점을 보완한 뒤 다시 상정하겠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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