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 생물자원관 건립 서둘러야
조길영 공학박사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강원대 초빙교수)

조길영 공학박사
[이투뉴스 / 칼럼]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정상회의에서 지구호의 안전과 영속 순항을 위한 비전을 담은 2개의 중요한 국제협약이 채택됐다. 하나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이고, 다른 하나는 생물종다양성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 및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인정한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이다.

그런데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어 온 기후변화협약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있는 개도국과 후진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는 생물다양성협약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아무튼 지구의 안보적 측면과 글로벌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협약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제규범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그 배경과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생태계가 현재 추세로 파괴될 경우 금세기말에는 생태계의 일원인 인류의 안전마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약 3000만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 중 4.7퍼센트인 140만종만이 밝혀져 분류되고 있으며, 매년 2만7000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6500만전 공룡이 사라진 이래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일이다. 이것은 새로운 식량과 항암약품, 그리고 기타 생산품의 원료를 공급해줄 엄청난 규모의 ‘유전학적 도서관’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비극의 대부분은 현대기술문명의 산물인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와 대규모 환경파괴 및 오염물질의 배출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생물산업 시장규모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국가간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탄소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약 1500억달러에 달하고, 2020년에는 2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생물다양성협약과 관련된 생물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에 1540억달러에 달하고, 2015년에는 3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사회는 인류의 건강과 식량 문제를 더욱 가중시킴으로써 생물산업 시장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킬 전망이다. 

유럽,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세계의 생물종과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물시장의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생물자원관 건립과 운영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평균적으로 인구 100만명당 1개 이상 생물자원관을 갖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전 세계에 5000여개의 생물자원관이 있지만,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에는 인천광역시에 단 1개(2007년 건립)가 있을 뿐이다. 선진국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에는 50개 이상의 생물자원관이 있어야 한다. 생물자원관 수만 본다면 대한민국은 최악의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유일한 분단의 땅 한반도는 155마일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출입제한 접경지역이 존재하고 있다. 그 면적만도 16억m² 이상이다. 이제 우리는 민족적 비극이 스며있는 이 땅을 한반도 생태계와 세계평화의 보고로 가꾸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분단된 생태계를 이어주는 작업부터 추진해야 한다. 우선 세계 각국의 생물다양성 관련 전문가 모임을 판문점에서 개최하고, 이를 정례화 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서 남북 생물종 공동조사와 보존 대책을 마련하고, 판문점에 남북 공동의 생물자원관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

비무장 지대와는 별도로 백두산의 화산폭발에 대비한 남북공동 생물자원관 건립도 추진해야 한다. 백두산과 그 주변은 한반도의 또 다른 생태계의 보고이다. 이미 전조를 보이고 있는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할 경우 생태계의 보고를 순식간에 잃어버릴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남북 협력 사업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MB정부는 생물다양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4대강 토목사업의 헛된 망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비무장 지대와 백두산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곧 우리 민족의 안전한 공존과 영속을 위하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의 국력은 생물다양성에 달려 있고, 그것은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이제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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