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도영 전력거래소 성장기술실장]
"민간 투자여건 조성 위해 전력 판매부문 개방 필수"

[이투뉴스] 올 초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사업 활성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월 국회에서 지능형전력망 촉진법이 통과되면서 관련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론 국내 스마트그리드 정책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계량기나 송변전 설비 등 기기 개발·보급 사업 외에는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확대되려면 민간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기술과 서비스 혁신은 물론 수익 창출을 위한 유인이 없으면 민간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시장은 전력판매 독점시장, 시장가격과 분리된 경직된 요금구조 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로 융복합 서비스 부문 판로가 막혀 있는 형국이다.

"스마트그리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다양한 사업자가 나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소매시장 개방 논의와 맞물리게 된다."

정도영 전력거래소 성장기술실장<사진>은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스마트그리드 사업방향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판매부문은 독점체제로 돼 있어 사실상 서비스 부문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그리드가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판매부문 개방이 시발점이 돼야 한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망과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연결하는 표준 플랫폼 구축이 필수다. 공기업 사업자인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표준 플랫폼을 만들면 민간사업자가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표준보다는 독자적인 표준을 고집함으로써 업체들의 시장 경쟁력까지 떨어뜨리는 폐쇄적 전략으로 가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재 추진 중인 제주 실증단지 사업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전은 지능형전력망, 지능형 전력서비스, 지능형운송 등 대부분의 사업부문에서 컨소시엄을 이끌며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한전 납품업체로 한전과의 경쟁을 기피한다.

국내 산업용 원격검침시스템(AMI) 시장을 주도해온 누리텔레콤은 가정용 부문 사업 추진이 자꾸만 지연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13개국에서 수출 실적을 올리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정 실장은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 접속에 대한 개방성이 핵심인데 지금은 여러 규제로 인해 민간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 위주의 해외투자 사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공기업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분야, 인프라 제공 등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전기차를 예로 들자면 현재 고속충전 방식으로 가는 추세인데 고속충전 방식은 대전류가 필요해 배전선을 새로 깔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는 스마트그리드의 개념이 깨진다. 전기차는 저속충전 개념으로 가야 하며 휘발유차를 전면 대체한다는 개념으로 갈 필요도 없다."

정 실장은 이달부터 2단계로 접어든 제주 실증단지 사업이 본격화되면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판매개방과 사업모델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불거질 것으로 내다봤다.

"분명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어렵다는 판단이 설 때가 온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스마트그리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 점점 더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정책목표를 명확히 해 거기에 부합되는 기술은 살리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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