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이투뉴스 / 칼럼] OPEC이 증산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 다시금 상승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기요금은 동결하거나 가정용은 적게 올리고, 기름의 경우 정유사들이 담합한다고 하고 가격이 높다고 하여 정유사들이 가격을 낮추고 있는데도 국민들은 여전이 에너지문제가 심각하다고 아우성이다. 일견 말이 되지 않는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정책과 우리나라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과의 괴리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들이 정부에게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에너지 문제는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국민복지의 감소, 그 중에서도 에너지 공급, 그리고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이 증가됨으로 인한 불안감의 해소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는 국내대륙붕이나 해외의 유전 개발을 통한 에너지자원 확보활동에는 물론이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도 높은 관심과 투자를 불러일으켰다. 정부정책과 국민들 모두 화석에너지든 대체에너지든 간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효율적인 시장 및 에너지공기업의 민영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선진국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이던 2000년에 이미 장기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미국이 2001년, 러시아 및 유럽국구들이 2002년, 일본은 2003년에 장기적인 국가에너지계획을 발표하고 새로운 100년의 에너지정책을 대비하였다. 또한 중국과 같이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자국의 에너지공급안정정책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해 온 우리나라는 사실 공급안정성 및 가격안정성의 확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저탄소녹색성장시대를 맞이하고, 이어서 고물가시대를 맞이하여 ‘공공요금동결’이거나 ‘정부의 압력’과 같은 방식으로 안정을 꾀하려 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가 충분이 논의를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정책실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의 수입량이 엄청나며, 나름대로 수입시장에서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크기이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의 경우 한국가스공사는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입업체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기업에 대한 규제로 국제에너지 수입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980년대에 미래의 에너지위기에 대비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에너지(석유)기금을 특별회계로 변환하는 바람에 중국과 같이 큰돈 찔러 투자하기가 어렵게 되어버렸다. 긴급 상황에도 투입할 예산이 모자라 효과적인 에너지정책이 시행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발전했으면서도 에너지정책은 전형적인 약소국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수입가격의 안정화가 곧바로 국내가격의 안정화로 이어지기에, 수입시장에서의 우리나라 지위 확보를 위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 아쉬운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에너지 공급망이 가장 잘 형성되어 있는 나라에 속한다. 에너지산업의 운영효율 역시 최고수준이다. 이는 모두 1, 2차 석유위기 이후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인력양성사업을 시행한 덕분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이 같은 투자가 중단되면서 특히 에너지 분야의 인재양성 부분에서 크게 실패하고 있다. 에너지 기술, 에너지 투자, 국제시장거래 및 에너지정책 분야의 전문인재의 배출 수는 1980년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맡기는 것도,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것도 사실 모두 다 국민의 복지 증진이 목적일 터인 즉, 에너지정책에 대한 진지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당연한 의문이 들게 된다.

에너지정책의 기조는 정부의 다른 모든 정책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 그 이상일 수 없다.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등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한 담당 부처의 노력을 잘 알고 있으나 올바른 가격체계를 위한 가격 및 세금조정이나 획기적인 투자를 위한 예산지원 등에서 관련부처의 협조를 얻어내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정책의 기조가 정부부부처간에 공유되고 있다면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닥칠 것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종합대책의 수립도 없이 소규모의 몇몇 연구사업과 효율화 사업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또, 국제원유가격이 10년 가까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세금 더 걷고 세금 더 올리는 데만 치중하지도 않을 것이며, 정부부처 중에서 에너지 담당분야를 축소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을 이롭게 하는 에너지정책을 만들고 시행하여야 한 다는 것이 정부의 모든 관계부처가 공유하는 화두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국민들이 보다 안정된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가격에 감사하며 박수를 보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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