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난 2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을 통해 지구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는 주제로 열린 이 사진전은 이전의 환경 사진 전시회와는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먼저 예술 사진작가들이 참가했다는 게 눈에 띈다.

이번 전시회는 현대사진의 최고의 자리에 위치한 10인의 작가인 닉브랜트, 조이스 테네슨, 루드 반 엠펠, 데이비드 마이셀,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 메리 매팅리, 지아코모코스타, 데이비드 트라우트리마스, 피포누옌 두이, 존 고토 등이 참여했다.

전시된 작품 대부분은 작가들이 자신의 감각을 발휘해 만든 예술이다. 그중에는 스튜디오 안에서 세트 촬영을 단행한 작품도 있다.

때문에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존처럼 환경오염의 폐해를 찍은 사진이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작품을 찾기 힘들다.

환경문제에 대해서 하드웨어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은 '이게 무슨 환경사진이냐'며 딴지를 걸 수 있으나 이번 전시회는 환경과 예술의 결합이란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지구오염 고발 일변도였던 환경사진이 비로소 스토리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창의력 넘치는 예술가들이 일차원적인 환경사진에 예술성을 불어 넣었다.

환경오염을 고발한 보도사진은 메시지의 정확성은 좋지만 소재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자극적인 사진이 이미 충분히 공개되는 만큼 보도 사진만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을 소재로 한 예술사진이 등장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예술가들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환경 문화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화상품의 공급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소비도 촉진된다. 환경주의자나 관심갖을 법한 환경문화상품이 다양한 옷을 입어 일반인에게도 소비 기회를 주게 된다.

사실 국내에는 아직 낯설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런 류의 환경과 예술을 결합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특히 유럽은 환경문화 산업이 이미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 상품들은 일반인들에게 환경상품을 소비할 수 있게 해줬고,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는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선진국의 생활화된 환경보호 인식은 이렇게 형성됐다. 환경이 교육에서 문화로 옮겨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인의 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술가들이 먼저 뛰어든 모양새다.

예술가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다. 예술가들이 환경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면 그 새로움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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