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부지 선정 작업 연기…주민수용성 재조사 가능성 커

[이투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지역여론이 심상찮다.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관련 지자체에 따르면 올 초 경북 영덕군과 울진군, 강원도 삼척시 등 3곳이 신규 원전 부지 유치 신청을 했다. 한수원은 신규 원전 6기(1400MW급) 건설을 목표로 2개 후보지를 선정하고 이후 기초조사 등을 더 거쳐 내년 최종 후보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이달 말까지 2곳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해당지역 여론에 변화가 생기면서 부지 선정 작업이 사실상 연기됐다.

한수원 원전 부지선정위원회는 지난 3월 울진, 영덕, 삼척 등 후보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와 현지답사를 벌일 때만 해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4월에 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 여파로 상황은 반전됐다.

원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와 한수원은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역 내 갈등도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척시의 경우 지난해 말 삼척핵발전소 유치 백지화투쟁위원회가 결성된 데 이어 근덕면 원전반대투쟁위원회가 꾸려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삼척핵발전소 유치 백지화위원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는 핵발전소가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절차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척시가 원전 부지 유치전에 뛰어들 때만 해도 반대 여론은 부각되지 않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크게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지난 3월 한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의견이 60%에 달했다.

강원도지사 선거과정에서는 초반 원전 유치를 찬성하던 엄기영 당시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가 지역민심의 변화를 감지해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덕군에서는 최근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위원회가 결성됐으며 울진군에서도 연대단체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사람들'이 구성되는 등 지역별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신규 원전 부지 선정과 관련, "지역주민들의 수용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도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부지 선정을 강행할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을 우려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월 말 선정 여부도 불투명해졌을 뿐 아니라 주민수용성 부문에 대해 재조사를 벌여야 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확실하게 정해진 바는 없고 결과 발표도 연기되지 않을까 싶다"며 "부지 선정을 위한 평가 가운데 주민수용성 부문이 있는데 분위기가 좋을 때 평가하는 것과 안 좋을 때 하는 것과는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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