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차폐기능 없는 유리 외장 탓…냉방 규제법도 미비

[이투뉴스]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성남시 등 지자체들이 최근 완공한  '호화청사'가 다시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보기좋게 유리로 외장 마감을 한 커튼월 시공법으로 내부가 '찜통'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건축 시공법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라 현행 건축 법·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계에서 나온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창 계획 및 시공상 문제가 아니라 냉방을 규제하는 법적 제도장치가 없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건축물 법적기준인 건축법과 주택법 어디에도 창의 냉방에 대한 규제 항목이 없다. 난방을 규제하는 열관류율만 존재한다.

한 창호업계 관계자는 "호화청사의 찜통현상을 유리 벽면인 '올글래스 커튼월' 구조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얘기"라며 "기본적으로 규제해야하는 '차폐계수'를 빼놓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열관류율은 단위면적의 재료를 통과하는 열량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단열효과가 좋다.

차폐계수는 유리를 통해 실내로 침입하는 일사의 비율을 말하며, 수치가 낮을수록 차폐효과가 우수하다.

이에 따라 열관류율은 겨울철 난방효율과 직결되고, 차폐계수는 여름철 냉방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사항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창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이하 창호등급제)'로 인해 불거졌다.

창호등급제는 창과 프레임을 하나의 제품으로 생각하고 '창 세트'에 에너지효율을 따져 1~5등급을 부여하는 의무제도다. 창호등급제의 등급 부여 기준에서 차폐계수는 빠진 단열성능과 기밀성능만을 고려한다고 규정돼 있다.

창호업계는 에너지절약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초반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에너지관리공단과 건설기술연구원도 이를 수용, 차후 차폐계수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전세계가 기후변화, 온실효과때문에 냉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등 세상이 변해가는데 법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창호업계에서도 이를 위해 기존 로이유리에 차폐기능을 높인 복합기능성로이유리(또는 반사로이유리), 성능을 더욱 높인 더블로이유리 등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냉방에 대한 법·제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선택에서는 밀려나고 있다. 특히 예산 내에서 공사를 마무리해야하는 관공서의 경우에는 로이유리를 선택하는 것이 어찌보면 '최선'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는 "주거용 로이유리를 갖고 태양열 차단 기능을 따지는 것은 용도에 맞지 않는 제품으로 성능을 따지는 것"이라며 "실제로 롯데슈퍼타워의 경우 법규와 상관없이 복합기능성로이유리를 사용한 것으로 안다. 진정한 친환경건축물을 실현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 창호 업체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로이유리와 복합기능성로이유리의 낮과 밤 기온 차에 따른 성능을 비교 분석한 결과 밤에는 두 유리 모두 로이유리 기능때문에 단열효과가 동일해 기온이 같았다. 반면 낮 시간대에는 복합로이유리가 설치된 곳의 실내가 훨씬 낮은 온도를 유지했다.

이는 낮에 주로 비어있는 주택의 경우 로이유리를 써도 무방하지만, 낮에 사람이 상주하는 사무실의 경우 태양열을 반사하는 복합기능성로이유리가 필요함을 설명한다.

앞서 미국의 NFRC(미국 창호등급위원회)는 물론 영국, 호주 등지에서는 유리의 열관류율, 차폐계수, 가시광선투과율을 모두 창호에 표기토록 규정하고 있다.

박률 동의대 건축설비공학과 교수는 "건물 및 사용 용도에 따라 냉방, 난방, 또는 냉·난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냉방을 요하는 건물의 경우 차폐계수를 고려하는 것은 필수다" 며 "외국의 경우 단열효과뿐 아니라 차폐성능에 따른 냉방에너지 소비량도 함께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도 단열과 차폐를 비롯해 건축물 전체의 에너지를 규제하는 법안이 필요하다" 며 "창호등급제 보다는 건축법이나 주택법 등 상위법령에서 이를 개선하는 것이 영향력이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lee@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