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 칼럼]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가졌다.
2009년에 이미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즉, 2020년까지 BAU 대비 30% 줄인다는 목표를 부문별로 또 세부 업종별로 구체화한 데 의미가 있다.

이 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산업부문은 18.2%, 전환은 26.7%, 수송은 34.3%, 건물은 26.9%, 농림어업은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BAU 8.13억톤의 온실가스를 5.7억톤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일단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분명해져 국가의 정책 수행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번 정부의 발표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반드시 목표한 바를 달성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감축 목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몇 가지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경제 구조를 탈탄소화(decarbonize)하는 데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즉,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는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우리의 산업 구조를 장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목표안을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 분야의 감축 목표가 가장 느슨한 느낌이다. 물론 산업별 감축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총 30% 감축 목표에 비해 철강 6.5%, 정유 7.5%, 시멘트 8.5%, 석유화학 7.5%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의 감축 목표는 너무도 느슨하다. 더구나 2015년까지의 감축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2-3%에 머물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의 탈탄소화를 지향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이에 반해 전기전자는 61.7%, 전자표시장치는 39.5%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조차도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전자표시장치의 2007년 배출량이 630만 톤인데 2020년까지 7165만톤으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 중 39.5%를 줄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줄이기 전에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기술을 적용하여 배출 증가를 애당초 줄이는 게 옳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탈동조화(decoupling)가 이루어진다고 예측하고 있지만 2013년까지 고작 3.3% 감축(실제 증가율을 따지면 오히려 증가)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발표를 보면 그 실현 가능성은 다분히 의심스럽다. 억지로 윗분의 뜻에 수치를 맞추지 않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둘째는 수송 분야와 가정의 감축 목표가 34%와 27%로 잡혀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불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산업 부분의 부담을 줄여주는 유일한 방법은 가정과 수송 분야이기 때문에 높은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은 일단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 변화와 정책적 배려가 없으면 이러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범국민 캠페인 정도로는 부족하다. 저탄소 차량이나 저탄소를 실천하는 개인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여 모든 국민이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참신하고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기 바란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이러한 정부의 목표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을 일찍 추진한 유럽이나 일본의 자동차가 그렇지 않은 미국의 자동차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리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이런 고통은 장기적 안목에서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저탄소를 실천하는 삶은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보존하고 장수하는 삶이기도 하다. 이번 감축 목표안이 보다 정치하게 준비되고 확실하게 추진되어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이 모두 튼튼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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