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기관중 13위 … 사업단 "과도기였다"

“석탄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심하지만 내부적으로 혁신의 필요성이나 절박성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 타 기관에 비교해 볼 때 혁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업이 정부 예산의 단순한 집행의 성격을 띠고 있어 적극적인 주요사업 분야 발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광해방지사업단의 전신인 석탄합리화사업단의 2005년 경영평가 보고서는 낙제생의 성적표를 연상케 할 만큼 혹평으로 가득 차 있다.

 

실제 평가도 14개 산업진흥기관중 13위를 기록해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종합경영부문에서 주요사업까지 D등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평가를 지난 6월 광해방지사업단 출범이후 현 조직에 그대로 대입하는 일은 무리가 따른다. 최근 사업단은 팀제 중심의 막바지 조직정비를 마무리 하고 핵심 인력도 대폭 확충했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연혁과 조직문화를 답습하는 관례에 비춰본다면 석탄합리화사업단의 2005년 경영평가는 향후 광해방지사업단의 가능성과 절대평가를 위한 기준점과 같은 의미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 14개 평가기관 중 13위

 

석탄합리화사업단은 100점 만전 환산기준에 40.5점을 획득하며 산업진흥유형의 기관 중 가장 부진한 기관으로 분류됐다. 설립목적과 사업간의 연계성 부문에서 기관의 5대 사업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과도기’를 명분으로 대처방안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평가단은 사업단의 경영혁신 노력과 성과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혁신 전담 조직을 2005년 말에 설립하고 타 기관과 달리 별도의 혁신사업비를 거액으로 책정했지만 성과관리시스템 도입을 연기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광해방지사업 대폭확대, 석탄산업지원사업 확대, 폐광지역진흥사업 축소 등 말로만 사업구조를 조정한 것으로 되어있고, 실제 내용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던 부분도 혁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비춰졌다.

 

특히 최저승진연한을 축소해 조기승진의 물꼬를 터 놓은 점과 강원랜드나 블랙밸리컨트리클럽 같은 출자회사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음에도 추가 출자회사의 설립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혁신을 노골적으로 거스르는 일로 치부됐다.

 

이 점에 대해 산업진흥유형 평가단의 간사를 맡은 강응선 고려대 교수는 “타 기관에서 추진 중인 혁신활동과 반대 방향으로 비혁신적인 활동들이 시행되거나 검토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연임 이사장으로 석탄합리화 사업단의 ‘추진체’ 역을 맡았던 정해남 전 이사장의 리더십 역시 호평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평가단은 광해관리 초일류 전문기관으로 도약한다는 사업단의 비전이 ‘광산지역개발’ 부문을 포함하는지 뚜렷하지 않으며, 그 비전에 따라 조직의 역량을 최대한 응집시킬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다고 봤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 이사장의 연임결정을 혁신을 위한 발판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강응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사업단은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10월 이사장이 연임됨에 따라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가졌지만 그에 따른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했다는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평가단은 또 광해 방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다면적인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는지는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한 단순 예산집행기관”

 

2005년 경영평가에서 평가단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점은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한 사업단의 면모다.

 

평가단은 “사업단의 업무 영역이 광해방지사업단으로 전환 과정의 중간단계라는 의식이 팽배해 대처 방안이 미흡했다고 판단된다”며 “법령이 명시한 설립목적을 수행하는 단순한 예산집행기관이라는 지적사항에도 대처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특히 광해복구사업의 효과성 제고 부문에서 광해사업과 폐광지역진흥사업이 따로따로 추진되고 있는 점은 효과적인 광해사업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평가단은 보고서에서 “복구와 지역개발이 동시에 종합적으로 기획되고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비용도 줄이고 원래 달성하고자 했던 폐광지역 복구와 지역진흥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석탄합리화사업단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과도기 체재를 성실히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사업단 내부에선 과도기 조직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광해방지사업단의 강유천 혁신전략팀장은 “조직이 변천단계에 있다보니 기존 업무 이외에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며 “혹평이 쏟아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강팀장은 “외부의 시각은 합리화사업단과 광해사업단을 무관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경영평가의 지적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과도할 만큼의 전사적 노력을 펴고 있다”며 “6개월간 성과를 낸다는 일이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산지역개발과 광해관리사업이 현재 시점에서 국민 경제적으로 왜 필요하고 어떠한 비중을 가져야 하며, 이를 통해 국민생활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관계자들은 광해방지사업단의 출범에 앞서 2005년 경영평가 보고서가 던진 화두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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