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한무영] 2009년 김제시와 일본의 사야마 시가 공동발표를 한 내용이 있다. 즉, 서기 330년에 만든 벽골제와 616년에 만든 사야마이께가 그 축조 방식이 비슷한데 고대 수리 관개시설로 세계 최대의 시설이고 과거의 농경문화를 알려주는 귀중한 유물이고 기록이니까 사야마이께가 축조된 지 1400년이 되는 2016 년에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일본의 사야마시와 한국의 김제시가 세계문화유산에 공동으로 올리도록 하자라는 제안이다.

 

벽골제의 축조시기는 사야미께보다 286년 앞서있다. 이 수치를 나이로 치면 9세대로써, 즉 증조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의 또 증조할아버지 때 만든 것을 9대 손의 손자가 같이 그 업적을 인정을 받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사이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제방과 저수지를 만들어 놓은 것을 배워서 만든 후에, 마치 자기 스스로 만든 것처럼 공동등재를 하자고 하는 일본은 염치를 모르는 것이다. 아마도 스스로도 이런 생각을 하니 김제시에 접근하여 같이 하자고 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훌륭한 시설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남이 말하니까, 그때 가서야 우리의 잘난 것을 찾아내는 나를 비롯한 현재의 우리는 매우 멍청하였다는 것을 반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책이나 사회책에 김제 벽골제, 제천의림지, 밀양수산제 등은 삼한 시대에 만든 오래되고 큰 저수지로 알려져 있고 기록을 남긴 것을 보면 분명 우리의 선조들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알고, 실행에 옮기고 후손에게 무언가를 남겨주신 것 같다.

이것은 아마 20세기 초 일본의 영향, 중반이후 미국의 영향 등으로 인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열등의식과 자기비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에 관한한 선진국이 항상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가 불규칙한데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살아온 나라가 기후변화대비 선진국이다. 우리나라는 비가 불규칙하게 내리고, 산지로 되어 있어 물관리가 어려운 나라이다. 그러한 나라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은 그러한 열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도 삼천리금수강산을 꾸며서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이러한 노하우는 앞으로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고통을 받을 때 전 세계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엄청난 자연의 힘 앞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첨단기술은 그리 큰 기술이 아니며 지속가능을 보장할 수도 없다. 오히려 자연과 조화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현재의 물 문제 해결방법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우리는 물론 전 세계 사람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김제 벽골제, 제천 의림지, 밀양 수산제 등 기록에 남아 있는 삼한시대의 고대수리 관개시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을 추진하자. 이것이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전 세계를 살릴 수 있는 검증된 기술인 것이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my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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