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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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 사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국 세계 8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경제규모는 11~13위에 그치는데 에너지소비는 왜 이처럼 많은가. 에너지를 물쓰듯이 펑펑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불명예스런 기록이 시정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중기 에너지 수요 전망’에 따르면 올해 총 에너지수요는 2억6990만TOE(석유환산톤)로 작년에 비해 3.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에너지 수입액 역시 지난해보다 무려 34.9% 증가한 164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자동차와 반도체, 석유제품을 모두 수출해 얻는 외화를 에너지 수입에 그대로 쓰는 꼴이다.

2015년까지 전망을 보면 3억719만TOE로 매년 연평균 3.3% 증가할 것으로 드러났다. 선진국의 경우 에너지 증가율이 1% 미만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면이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 등은 전체 에너지 소비를 현상 유지 또는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독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년 에너지소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은 산업용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으로 인한 자원배분 왜곡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전력수요의 경우 다른 에너지 소비 증가율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즉 연평균 4.9%로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망에 의하면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2%에서 21%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는 이차에너지로 생산과정에서 손실이 크다.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편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값이 싸기까지 하다. 그러니 전력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력요금 체제의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전망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전력소비는 증가할 것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값싼 전기요금은 또한 기업들로 하여금 에너지절약 투자를 견인하지 못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 산업 발전을 저해할뿐 아니라 해외 경쟁력을 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전기 요금이 싸기 때문에 굳이 절약할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 자연스레 에너지절약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관련 산업 발전도 더디다.

개발연대 시절에는 에너지 소비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산업은 앞으로 보다 정교해져야 하며 단순한 에너지 다소비만 앞세워서는 우리를 뒤따르고 있는 중국 등과 경쟁할 수 없다. 무작정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을 위주로 해왔던 에너지정책을 근본부터 손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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