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정부는 8월부터 전력요금을 평균 4.9% 인상했다. 원가보상률이 86.1%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0% 이상 인상요인이 있으나 물가정책에 밀려 찔끔 올리는데 그쳤다. 그나마 지식경제부는 당초 7.9% 인상안을 갖고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섰으나 기획재정부 등 물가당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력요금이 실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이 사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연간 0.038%에 불과하다. 심리적 요인은 있겠으나 일상생활에 파급되는 정도는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

앞서 정부는 전력요금 현실화를 위한 일정(로드맵)을 6월까지 발표한다고 했으나 로드맵 얘기는 쏙 빠지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연료비 연동제도 이미 발표해 놓은 사항이지만 물가 정책 때문에 시행이 보류된 상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력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외쳤지만 허사로 돌아간 것이다.

사실 정부가 전력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작년부터 시작된 물가상승폭이 가파르게 커지면서 제대로 요금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해 왔다. 누누이 지적해 왔지만 전력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날로 늘어나는 전기 소비를 잡을 길이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값싸고 질 좋은 에너지를 쓰겠다는데 막을 사람은 없다.

정부는 전체 전력소비의 54%를 차지하는 산업용의 경우 대형건물 등 고압요금은 6.3%, 중소기업용 저압요금은 2.3% 인상했다. 과거 가정용의 원가보상률이 94.2%인 반면 산업용은 89.4%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산업용은 더 큰 폭으로 인상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환율 효과까지 겹치면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해 차제에 큰 폭으로 올려 현실화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시장원리를 외면한 전기요금 조정으로 전력소비는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여름 날씨는 갈수록 더워지고 겨울 날씨는 갈수록 추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기를 이용한 냉난방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단에너지나 가스와의 경쟁력 차원에서 전기가 더 우월한 모순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고 12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초대형 정치행사를 앞두고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전력의 수십조에 이르는 적자는 보충할 길이 없다.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런 사이에 석유와 가스 등을 이용해 생산하지만 원가보다 때로는 값싼 전력 요금 때문에 소비는 줄기차게 늘어날 것이다.

자원배분의 왜곡은 우리 경제를 뿌리부터 좀먹게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력소비의 증가는 값비싼 발전소의 건설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엉뚱한 투자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나라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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