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 칼럼] 우리는 지금 세계 첨단을 달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가장 후진적인 나라의 오지 마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상한 물난리를 맞고 있다.
서울·경기·강원북부지역 등에 내린 폭우로 인해 지난달 29일 오전 6시 현재 전국적으로 59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으며 만여명의 이재민, 1000ha의 농경지 침수, 만여 채의 주택 파손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물난리의 원인을 두고 천재냐 인재냐의 논쟁이 치열하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비가 한꺼번에 오면 어느 도시도 안전할 수 없다는 식의 극히 무책임한 주장에서부터 예고된 인재라며 정부를 비난하는 주장까지 사뭇 다양하다.
피해를 입은 지역마다 각자 사정이 다를 수 있어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특히 우면산 주변 고급주택지의 피해가 관심을 끈다. 이번 16명의 사망자를 가져온 우면산 산사태는 이미 작년 태풍 곤파스로 3000여 그루의 나무가 뽑히고 산사태가 발생하여 재난이 예고된 지역이었는데 그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한 채 생태공원이나 보금자리 주택, 그리고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는 등의 무리한 개발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우면산 사고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온실가스 축적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폭우, 폭설 등 이상 기후가 점차 빈번히 또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폭우만으로 우면산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폭우가 있었지만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라고 한다.
빗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배수시설을 확충했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또 여러 개발 사업을 허가해 주어 우면산의 부담 능력(carrying capacity)을 현저히 낮춰 산사태를 가져왔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물은 나무나 흙이 감당하는 만큼 산에 머물고 나머지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아파트가 있다고 피하는 게 아니다. 물길이 없다고 멈추는 게 아니다. 따라서 물길을 크게 만들던가 아니면 산의 물 보유능력을 키워야 했다. 서울시나 서초구청이나 잘못이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런데 공무원도 할 말은 있다. 예산 문제도 있고 최선을 다 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단다. 정부 탓만으로 돌리고 돌아서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세 번째 이유로 토지의 소유 관계를 언급하고 싶다.
우면산 일대 땅의 86%가 개인 소유지라고 한다. 자기가 자기 땅을 개발하는데 사유재산 권을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보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막을 길은 막상 쉽지 않다. 사실 우리 헌법 122조에서는 “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하고 민법에서도 “개인의 소유권리라도 권리는 남용하지 못 한다”고 하여 토지의 사적 이용을 제한할 근거를 제공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자기 땅에 집을 짓는 일이 자연의 환경부담을 키워 결과적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이른바 ‘부정적 외부효과’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하위법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우면산의 난개발은 어쩌면 토지사유제에 대한 적절한 통제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구나 지난 해 땅값 하락을 두려워하여 재해위험지구 지정을 하지 않아 이번 대참사로 연결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어떤 이유를 대건 이번 물난리의 원인은 결국 인간의 탐욕으로 귀결된다. 산업화의 명분으로 축적된 온실가스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 자연의 부담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개발 행정 그리고 토지사유제에 근거한 제약 없는 사적 개발, 이 모두가 인간의 지나친 욕심에 근거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헨리 조지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땅은 누가 ‘생산’한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땅을 ‘영원히’ 소유할 자격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땅도 자연도 원래는 공공의 소유였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잠시 빌려 의탁할 뿐이다. 인간의 탐욕을 사회적으로 제어하지 않는 한 이런 자연재해는 아마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토지공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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