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교수
[이투뉴스 / 칼럼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국적으로 폭우와 태풍 피해가 심각하다. 물난리와 산사태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수해가 난 이후의 시나리오는 매년 똑같다. 언론과 시민단체, 전문가가 나서서 천재냐, 인재냐 따지다가 결국은 100년 만에 오는 홍수에 핑계를 돌리고, 있는 돈은 복구비용으로 땜질식으로 다 쓴다. 대책이라고 내 놓는 것은 모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계획만 세우다가, 결국은 예산은 확보하지 못하여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도 못할 것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또 다시 내년에 새로운 홍수를 맞이하게 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 중에 손해를 보는 것은 생명과 재산을 잃은 시민들, 그리고 세금을 내는 모든 시민들이다.

비가 많이 오는 것은 하늘의 뜻, 사람의 힘으로 막을 도리는 없다. 사람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 시간과 돈으로 최대한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침수가 됐다고 광화문에 1000억 정도 들여 지하 저류조를 만들어도 다른 지역의 침수 피해는 막을 수가 없다. 다른 지역에 침수피해가 나면 또 이와 같은 돈을 투입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비싼 시설은 그 비용과 시간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을 주장하는 정부당국은 비싼 대안만을 고집하면서 돈을 안주면 아무것도 안하겠다고 떼를 쓰는 어린이와 같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그것은 분산형 빗물관리이다. 그 개념은 와플이라는 과자를 예로 들어 비유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와플은 표면이 격자 상태로 돼 있어 만약 꿀을 뿌리면 각각의 격자 안에서 꿀을 잡아주기 때문에 모여서 흘러내리는 꿀의 양은 매우 적다. 반대로 격자가 없는 밋밋한 과자의 표면에 꿀을 뿌린다면 한꺼번에 흘러내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인이든 공공이든 각자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소규모로 빗물을 모아두거나 땅속에 침투를 시키면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빗물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커다란 시설을 만들지 않고도 큰비에 대비할 수 있다. 이때는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소방방재청에서 추진하는 우수유출 저감시설은 중소규모의 빗물저장조를 만들어 홍수도 막고 물부족을 해결하고자 하는 다목적의 시설들로서 이번 비에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예를 들면 경기 수원시의 종합운동장은 빗물관리 시설을 만들어 주변 지역의 홍수를 방지함과 동시에 모아진 빗물을 수자원으로 사용한다. 더운 여름철엔 도로에 물을 뿌려 시원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산형 시설을 세금을 쓰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 서울 광진구의 스타시티는 개발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빗물을 개발자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빗물시설을 설계해 홍수 방지는 물론, 수자원 절약, 그리고 비상용수까지 확보하고 있다. 광진구에서 용적율 3%를 빗물시설에 대한 인센티브로 제공함으로서 시공사는 투입한 비용만큼 보상을 받는다. 시키는 측과 하는 측이 모두 다 만족하는 윈-윈 정책이 쉽게 나올 수 있으니, 이러한 방법은 누구나 채택이 가능하다.

매년 해오던 시나리오는 이제 식상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분산형 빗물관리를 채택하자. 그러면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안전한 홍수와 물부족을 해결함은 물론 단수나 화재에 대비한 비상용 물을 확보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시대에 재난에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즉, 빗물을 버리는 도시에서 빗물을 모으는 도시 (레인시티)로 바꾸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기후변화에도 대비하고 물 부족도 해결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미 경기 수원시 등 50개 시군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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