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 열전용보일러에 가스 냉방용 요금 최초 적용
지역냉방-가스냉방 상생 물꼬…요금정책 변경 유도

[이투뉴스] 여름철 지역냉방 공급을 위한 흡수식냉동기용 보일러에 냉방용 도시가스 요금이 적용된 첫 사례가 나왔다. 집단에너지용 열전용 보일러(HOB)에 대한 가스요금에 냉방용이 적용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례는 대한도시가스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정부,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요금정책 변경을 유도해낸 것으로 다소 의미심장하다고 할 만하다. 사업권 다툼으로 늘상 갈등을 빚기 일쑤인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업계가 손을 잡는 건 좀체 보기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선택이긴 하지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셈이다.

두 회사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 CES사업을 통해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에 냉·난방과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비싼 가스요금 때문에 여름철 냉방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동남권유통단지는 냉수 직공급 방식에 의해 냉방이 공급된다. 여름철 흡수식냉동기용 증기보일러에서 생산된 열(스팀)을 이용해 흡수식냉동기에서 냉수(7℃)를 만들고 터보냉동기로 온도를 더 낮춰 만든 냉수(4℃)를 각 건물에 배관을 통해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보일러 가동을 위해서는 도시가스를 연료로 써야 한다. 여기에 쓰이는 도시가스 요금에 여러 용도 가운데서도 가장 비싼 열전용설비용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는 데 양사의 고민이 맞닿아 있었다.

현재 신규 열전용설비용 소매요금은 서울시 기준 834.66원으로 전체 용도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반면 여름철 냉방용 요금은 521.23원으로 37.6%나 저렴하다. 양사는 전력피크 억제와 지역냉방 경제성 제고, 동고하저의 가스수급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냉방용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은 잡았지만 두 회사의 셈법에는 차이가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동남권유통단지 입주율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해 냉방부하가 충분치 않다는 데 고민이 깊었다. 여름철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열병합발전(CHP)을 가동하는 건 부담스럽고 냉방용으로만 사용하는 보일러에 비싼 요금이 적용되는 건 부당하다는 항변이다.

대한도시가스로선 흡수식냉동기용 보일러 가동이 원활해져야 가스 판매량이 늘어난다. 지역난방공사가 가스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흡수식냉동기보다 전기식 터보냉동기만을 가동할 경우 판매량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기냉방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함께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예비전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전기냉방식인 터보냉동기만 돌리는 건 국가적으로 낭비"라며 "대한도시가스는 가스냉방 활성화에, 공사는 예비전력 확보에 기여하자는 입장이어서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측은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전용보일러에 대해 냉방용 요금을 적용한 사례가 없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대한도시가스와 지역난방공사의 거듭된 설득으로 이번 여름부터 냉방용 요금을 적용키로 했다. 단, 여름철 할인된 요금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겨울철 HOB 사용량을 확보해달라는 단서를 단 상태다.

대한도시가스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지역난방 사업자와 함께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정책 변경을 이끌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양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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