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대용량 송전 필요성 커져 직류송전 주목
신재생에너지·동북아 연계 대비 기술 국산화 절실

[이투뉴스] 초고압 직류(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송전기술이 전력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연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장거리 고압전력 전송 프로젝트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남북한 및 동북아 전력계통 연계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HVDC 기술의 국산화 및 상용화가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재조명되는 직류송전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송전한 뒤 수전점에서 다시 교류로 변환해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교류송전방식을 두고 변환절차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고가의 변환설비가 들어가는 직류송전방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는 전압을 바꾸는, 즉 변압이 용이한 교류가 직류보다 더 많이 사용됐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압을 높여야 한다. 이를 일반 가정이나 수요가에 공급하려면 전압을 낮춰야 하는데 직류는 전압이 낮고 변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HVDC 기술이 개발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고압의 직류를 만들 수 있어 송전효율이 좋으며 전압이 낮아 절연체 수량과 철탑 높이를 줄일 수 있다. 송전거리에 제약이 없을 뿐 아니라 건설비도 저렴하다. 이에 따라 섬이나 국가 간 송전 등 장거리 송전에 사용된다.

전압이나 주파수가 다른 두 교류 계통을 연결해 계통 안정도를 높일 수 있으며 계통에 이상이 생길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은 전압과 주파수가 모두 다르고 품질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HVDC를 이용하면 북한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 hvdc 기술 적용 개념도(한전 제공)

 

◆유럽은 '슈퍼그리드'로 하나된다

▲ 누적 hvdc 용량 점유율(한전 제공)
HVDC의 시초는 1954년 스웨덴 본토와 동남쪽 발트해에 있는 섬 고틀란드를 연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HVDC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2020년 7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여개의 국가에서 HVDC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십여개의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최근 유럽 북해 연안국이 하나의 거대한 전력망을 구성하는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국가 간 대규모 전력망 연계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HVDC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하지만 ABB, 지멘스, 아레바 등 해외 3사가 HVDC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관련기술 상용화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HVDC 기술 국산화 절실…향후 동북아 연계 대응해야

우리나라 역시 수도권 부하 집중에 따른 북상선로의 송전제약 해소, 신재생에너지 연계, 해저송전, 고장전류 저감, 계통안정도 향상 등을 위해 대용량 직류송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향후 남북 및 동북아 전력계통 연계로 나아갈 것을 대비하려면 기술력 확보는 필수다.

우리나라는 1998년 제주와 해남을 잇는 30만kW급 HVDC 제1선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연말 준공을 목표로 제주~진도 20만kW급 HVDC 제2선로를 건설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자체 기술로 HVDC 시스템을 설계하고 건설한 경험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전력은 국내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 HVDC 전담부서를 꾸려 기술 국산화에 힘쓰고 있다. LS산전, LS전선, 대한전선 등과 손잡고 제주 HVDC 실증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향후 2014년 제주~육지 제3선로 구축 사업을, 2018년에는 서해안권 대단위 풍력연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북아와 한일간 연계도 구상 중이다.

문봉수 한전 HVDC팀장은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HVDC 워킹그룹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HVDC 기술 자립률을 올해 76%까지 끌어올리겠다"며 "HVDC 기술검증 및 국산화를 위한 80kV급 실증단지를 오는 12월까지 제주에 구축해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팀장은 "HVDC 국산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이를 기반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면 고부가가치 창출로 전력산업의 새 블루오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ls전선은 지난해 제주~진도 프로젝트에 공급할 250kv급 해저케이블을 출하했다(사진=ls전선 제공)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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