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일이 생겨서 오랜만에 양복을 입으려고 장농문을 여는데 곰팡이가 온옷을 자욱하게 덮었더라구요. 이상한 냄새까지 나는데 그야말로 앞이 캄캄해지더라구요. 비때문에 여러모로 참 힘드네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첫 대화다. 역시 요즘 화두는 비와 날씨를 따라올 게 없는 듯하다. 어딜가나 첫인사로 비피해는 없는지 묻게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때문에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가방 한켠에 우산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또 아무리 해가 쨍쨍한 날에도 으레 우산을 가방 속으로 밀어넣게 된다. 오후쯤 소나기라도 내리면 '역시나'하며 가방을 챙겨온 센스에 감탄하곤 한다.

올해 날씨, 특히 비는 유난스럽다. 6월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서울 하늘이 맑은 날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할 정도다.

비는 최근 열린 '에너지의 날' 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2시부터 시작된 행사였지만 비때문에 모든 행사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오후 5시부터는 '나는 발전소다'라는 슬로건으로 인간동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세계기록에 도전하는 이벤트가 준비돼 있었다. 100명의 참가자가 33대의 자전거발전기를 이용해 1시간동안 최대 전력을 생산해 기록을 수립하는 것이다.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리허설내내 하하호호 웃으며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보니 '비가 그쳐야할텐데'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주최측에서는 "일기예보에서 오후에 날씨가 갠다고 했으니 차질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거에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기대도 잠시, 하늘은 어두워지고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아무리 천막 속에서 이뤄지는 행사지만 비 오는 날에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한 일. 끝내 인간동력 세계신기록 도전은 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학생들은 못내 아쉬웠던지 천막 아래 자전거를 떠나지 못하거나, 주변에 세워둔 인간동력 발전기구를 당겨보기도 했다. 이러다 기청제(祈晴祭)라도 올려야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다행히도 비는 오후 8시께 본 행사가 진행될 즈음 그쳐 나머지 행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관련 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은 장맛비와 폭우가 인재(人災)라고 말한다. 우리가 편하게 살기위해 자연을 훼손하며 지구를 함부로 대한 것이 이유라는 것.

이것이 이유라면 결국 에너지절약, 온실가스감축, 환경보호 등이 해답이 된다. 에너지절약을 통해 발전소의 발전량을 줄이면 이로 인해 발생되는 온실가스까지 감축할 수 있는 것.

최중경 장관도 이날 에너지의 날을 맞아 "에너지절약과 효율향상이 제5의 에너지"라면서 "국민 모두가 '나부터'라는 마음으로 에너지절약을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모든 일에서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모두 웃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나영 기자 nylee@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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